법원 “학교폭력 처벌사유 부모에 제대로 안알리면 위법”

법원 “학교폭력 처벌사유 부모에 제대로 안알리면 위법”

입력 2014-09-14 00:00
수정 2014-09-1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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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부모에게 처분 사유를 제대로 통지하지 않은 채 학교폭력 학생에게 벌을 내리는 것은 법에 어긋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최주영 부장판사)는 A(15)군이 “출석정지 처분 등을 취소해 달라”며 자신이 다니는 중학교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중학교 3학년인 A군은 지난해 4월 같은 반에 있는 B군을 괴롭혔다. B군은 작고 마른 체구에 학습장애로 공부를 잘하지 못했다. 비염 때문에 콧물을 계속 흘리기도 했다. A군을 비롯한 동급생 12명은 이런 B군의 뺨을 때리거나 점심시간에 집단 폭행하는 등 못살게 굴었다. 집단 괴롭힘은 새학기 시작 뒤 한 달여간 이어졌다.

사태를 파악한 학교 측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어 A군 등에게 서면사과와 출석정지 10일, 특별교육 5일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A군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군 등은 B군이 학습장애를 앓고 있다는 점을 폭력의 동기로 삼았다”며 “이 때문에 피해 학생은 상당한 신체·정신적 고통을 겪었고, 폭력이 계속·집단적으로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A군의 행위는 처분 대상이 되는 학교폭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학교 측의 처분이 취소돼야 한다고 봤다. A군이 출석정지 처분 등을 받은 사유를 부모 등에게 제대로 통지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자치위원회 회의 결과 통보서에는 A군이 어떠한 학교 폭력 행위를 했는지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다”며 “다만 회의 중 A군의 행위들이 기재된 ‘학생사안보고서’를 구두로 읽어준 것뿐인데, 그 내용이 많아 이를 한 번 듣고서 숙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밖에 A군과 부모에게 처분 사유가 기재된 다른 문서를 교부한 적이 없다”며 “그로 인해 A군 측이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해 행정구제 절차로 나아가는 데 지장이 있었다. 이러한 절차적 하자가 있는 이상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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