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해결사의 비법… “그랬구나” 공감

가정폭력 해결사의 비법… “그랬구나” 공감

입력 2014-09-04 00:00
수정 2014-09-04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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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철 구로暑 여성보호계장

“피해자들과 공감하다 보니 가정폭력 사건 해결의 달인이 됐습니다.”

가정폭력 사건 해결의 ‘달인’으로 통하는 서울 구로경찰서 조원철(55) 여성보호계장(경감)은 가정폭력 피해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공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정 안에서 일어난 일이라 막상 경찰서에 오면 진술을 꺼리는 피해자들이 많다”며 “그럴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이른바 (KBS 교양 프로그램) ‘아침마당’식 리액션”이라며 웃었다. 피해자들의 사연을 들으며 “그랬구나. 어떻게 참았니. 나 같으면 같이 못 살겠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면 그들도 마음을 열고 말문을 트게 된다는 얘기다.

서울 구로경찰서 조원철(왼쪽) 여성보호계장이 김은혜(가운데) 한영신학대 가정폭력상담소장과 함께 가정폭력 피해 가정을 방문해 남편과 손가락을 걸며 “화목한 가정 만들기” 약속을 하고 있다.  구로경찰서 제공
서울 구로경찰서 조원철(왼쪽) 여성보호계장이 김은혜(가운데) 한영신학대 가정폭력상담소장과 함께 가정폭력 피해 가정을 방문해 남편과 손가락을 걸며 “화목한 가정 만들기” 약속을 하고 있다.
구로경찰서 제공
억울한 이야기를 모두 들어준 조 계장은 가해자 입장도 들은 뒤 대화할 수 있게 유도한다. 집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재발 방지를 위해 월 2회 정도 방문, 집중 모니터링을 한다. 폭력 정도가 심각한 경우에는 법률 상담을 지원해 준다.

구로경찰서는 지난해 9월부터 한영신학대 가정폭력상담소장 김은혜(54·여) 교수와 함께 가정폭력 피해 가정을 방문해 부부 대상 상담과 심리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조 계장은 “전문가와 함께 지속적 모니터링과 상담을 진행해 재발 가능성을 줄이고 있다”면서 “가해자였던 남편이 ‘이젠 화목한 가정이 됐다’며 직접 딴 밤 상자를 선물해 줘 팀원들과 나눠 먹기도 했다”고 뿌듯해했다.

조 계장은 “가정폭력은 계획된 범죄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돈 많고 잘산다고 해서 가정폭력이 없는 게 아니라 작은 다툼도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가해자 남편들을 ‘요리교실’에 보내 부부 사이 대화를 늘리는 효과를 본 조 계장은 추석이 지난 이후에는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벽화 그리기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는 “말로는 표현 못하는 응어리를 그림 그리기를 통해 풀 수 있다”며 “구로 가로공원 등에 벽화를 그려 밝은 거리를 만들었다는 뿌듯함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2014-09-0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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