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 3명 ‘별장 비밀공간 가능성’ 제보받고 묵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은신했던 전남 순천 송치재 별장에 ‘비밀공간’이 있을 것이라는 제보 전화를 순천경찰서 경찰관 3명이 받았으나 묵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경찰은 그동안 제보자와의 통화 사실 자체를 부인해 조직적으로 은폐하려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청은 4일 “순천서가 시민의 제보전화를 받고도 합당한 조치를 하지 않은 사실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감찰에 착수해 정보과 경찰관 3명과 수사과 경찰관 1명이 각각 제보자와 통화한 사실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4명 중 한 명은 송치재 별장과 관련 없이 “검문 검색을 철저히 해 달라”는 전화를 받은 것으로 확인돼 별장의 은신처 관련 제보를 묵살한 경찰관은 3명이다.
앞서 순천에 거주하는 J(59)씨는 “TV에서 ‘검찰이 유씨 은신처를 급습했으나 놓쳤다’는 뉴스를 보고 순천서와 인천지검에 전화를 걸어 비밀공간의 존재 가능성을 알려줬다”고 지난달 24일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순천서 통화내역을 분석한 결과 J씨와 통화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J씨가 114 전화번호 안내 서비스를 통해 순천서와 통화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J씨가 발급받은 ‘114 이용 사실증명원’에는 5월 20, 26, 28, 29일 4차례에 걸쳐 순천서 정보과, 수사과와 통화한 것으로 나와있다.
J씨는 검찰이 송치재 별장을 급습한 다음 날인 5월 26일 이후 세 차례 통화에서는 별장 안에 비밀공간이 있을 가능성을 이야기했고, 이에 앞선 20일에는 ‘검문검색을 잘 하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순천경찰서는 뒤늦게 통화 사실을 인정했다.
경찰청은 이에 대해 “순천서에 114를 통해 전화를 하면 통화내역이 남지 않아 이를 토대로 제보자의 전화 통화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시스템 착오가 있는 것으로 다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순천서와 경찰청이 모두 8통의 전화를 114를 거쳐 순천서에 했지만 전혀 기록이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통화내역 기록 오류가 순천서를 넘어 전남청, 전국 경찰에서도 발생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스템 설치 업체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경찰청은 5∼6명으로 구성된 감찰반을 투입해 해당 경찰관들을 격리한 상태로 J씨와 전화상으로 어떤 대화를 했는지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J씨와 통화한 경찰관들은 상부에 통화 내용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은 순천서를 상대로 유씨 변사체에 대한 초동수사가 부실하게 이뤄진 점에 대해 감찰을 하기로 했으나 유씨 변사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수사가 마무리된 이후 감찰을 벌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은 유씨 변사 사건이 마무리되면 감찰 결과와 변사사건 등 수사 시스템 개선 방안을 함께 발표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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