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씨 코 앞서 놓친 뼈아픈 실책 23일 공개 뒤 결심한 듯
최재경(51) 인천지검장이 도피 중 사망한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청해진해운 회장) 수사와 관련, 검찰의 부실에 책임을 지고 24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인천지검이 유씨 일가 등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지 95일 만이다. ‘유병언 수사팀’ 간부 검사 3명도 사표를 제출했으나 반려됐다.
최재경 인천지검장이 24일 오전 인천지검에 출근하고 있다. 최 지검장은 도피 중 사망한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청해진해운 회장)과 관련, 검찰의 부실 수사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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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저의 업과 부덕이 검찰에 부담을 더한 것 같아 미안하고 가슴 아픈데 힘든 시기에 저 혼자 피하는 것 같아 미안하기 짝이 없다”고 덧붙였다.
사퇴를 결심한 배경에 대해서는 “특수 검사로 거악과 싸운다는 자부심 하나 갖고 검찰의 전장을 돌고 돌다보니 어느덧 젊은 검사의 꿈과 열정은 스러지고 상처뿐인 몸에 칼날마저 무뎌진 지금이 바로 떠날 때임을 느낀다”고 했다.
최 지검장은 전날 김진태 검찰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의를 표명하고 이날 오전 대검에 사표를 제출했다.
지난 4월 20일 세월호 수사 착수 이후 지난 5월 18일부터는 철야근무까지 한 최 지검장은 전날 오후 8시께 집으로 귀가해 가족들과 사의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9시께 인천지검 청사로 다시 출근해 대검에 사표를 제출했다.
최 지검장은 전날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이 언론 브리핑을 자청, 지난 5월 25일 순천 별장 압수수색 당시 유씨가 별장 내부 비밀공간에 숨어 있었는데도 놓친 사실을 공개한 직후 사의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 특별수사팀장인 김회종 인천지검 2차장, 정순신 특수부장, 주영환 외사부장 등 간부 검사 3명도 이날 최 지검장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그러나 최 지검장은 이들의 사표를 반려하고 남은 유씨 일가 수사와 도피 중인 유씨 장남 대균(44)씨 검거에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했다.
최 지검장은 이날 오후 인천지검 기자실을 찾아 인사를 하면서 “유씨를 살아있는 상태로 체포해 법정에 세웠어야 한 사명을 100% 완수하지 못해 국민들에게 송구하다”며 “유대균·혁기 형제 검거 등 남은 수사가 빨리 마무리될 수 있게 수사팀에 힘을 실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최 지검장의 사표가 수리될 경우 빠르면 이날 오후 인천지검에서 퇴임식이 열릴 예정이다.
검찰은 세월호 참사 이후 나흘 만에 인천지검에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잇따른 실책으로 조기에 유씨를 검거할 기회를 수차례 놓쳤다.
유씨는 지난달 12일 순천의 한 매실 밭에서 숨졌지만 경찰관으로부터 부실한 변사 보고서를 받은 담당 검사와 부장검사가 제대로 유류품을 확인하지 않았다. 검경은 40일 넘게 수사력을 낭비했다는 호된 비판을 받았다.
또 5월 25일 유씨가 은신한 순천 별장 압수수색 당시 별장 통나무 벽 안에 유씨가 숨어 있었지만 발견하지 못한 사실이 최근 확인되면서 비난 여론은 고조됐다.
최 지검장은 2012년 당시 한상대 검찰총장과 중앙수사부 존폐와 감찰 문제를 놓고 정면 대립하며 사표를 제출했다가 반려된 적이 있다.
경남 산청 출신으로 대구고와 서울법대를 나온 최 지검장은 대검 중수1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대검 수사기획관, 서울중앙지검 3차장 등을 거쳐 중수부장이 된 대표적인 특수수사통이다.
이후 전주·대구지검장 등을 지냈으며 지난해 12월 인천지검장에 취임한 뒤 세월호 참사 이후 유씨 일가와 측근 비리를 진두지휘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