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4월 16일 이후…진도VTS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3월, 4월 16일 이후…진도VTS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입력 2014-07-03 00:00
수정 2014-07-0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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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법으로 ‘반쪽 근무’, 감사·수사에는 조직적 은폐

A경사는 지난 2월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 관제 업무 담당으로 발령났다.

이곳의 관제사는 모두 12명. 4명씩 조를 이뤄 사흘에 한 번 근무가 돌아왔다.

근무조 4명은 1섹터(연안), 2섹터(연안 바깥)로 나뉜 구역을 2인 1조로 관제했다.

1명이 1섹터를 맡고 1시간 30분 후에는 1섹터 담당자가 2섹터로 옮겨가고, 2섹터 담당자는 휴식을 취하는 방식이었다.

하루 근무 후에 꿀맛 같은 이틀 휴식이 돌아왔지만 24시간 이어지는 근무 때문에 관제사들 사이에는 불평이 쏟아졌다.

A경사는 3월 초부터 누군가가 제안한 ‘꼼수’로 업무 부담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었다.

야간에는 1, 2섹터를 한 사람이 관제를 맡기로 한 것이다. 축적을 절반으로 줄이니 화면에 나타나는 면적은 두 배로 늘어 관제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

편법은 오래가지 않아 들통났다. 3월 29일 선박 사고가 났는데도 단독 근무자가 관제를 소홀히 해 제때 파악하지 못했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은 복무실태 점검에 나서 2명이 관제하도록 한 규정을 어기고 1명이 계속 교신한 사실을 적발했다.

서해해경청은 진도 VTS 소속 직원 3명에게 경고 조치를 하고 재발 방지 교육을 하도록 했다.

그러나 진도 VTS는 ‘재발 방지’ 대신 ‘재적발 방지’에 힘썼다. 실제 한 사람이 교신을 하고도 두 사람이 교신한 것처럼 일지를 허위로 작성했다.

관제실 내부를 찍도록 한 CCTV는 벽 쪽으로 향하도록 고정해 근무상황을 찍지 못하도록 했다.

경고를 무시한 뒤 돌아온 것은 참사였다. 4월 16일 오전 8시 48분 세월호는 원을 그리듯 항해하다가 멈춰서 왼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하필 오전 8시 45분부터 15분간은 근무교대 시간이었다. 전후 근무자가 겹쳐 평소보다 두 배 많은 4명이 있었지만, 많은 인원은 오히려 독이 됐다.

근무일지를 쓰거나 옷을 갈아입느라 관제를 더 소홀히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세월호의 이상 징후를 가장 먼저 간파했어야 할 진도 VTS는 긴박한 골든타임 18분을 허비하고 오전 9시 6분에야 사고 소식을 접했다.

해경을 수사하는 검찰의 한 관계자는 “18분은 굉장히 긴 시간”이라며 “진도 VTS가 신속히 대응해 10분만 구조를 일찍 시작했어도 구조인원은 훨씬 많아졌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세월호 참사 전 서해해경청 감사, 참사 후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를 겪은 직원들은 근무 태만을 은폐하는 데서는 일사불란했다.

참사 발생 3일 후인 4월 19일 관제실 CCTV를 삭제했다. 센터장도 묵인 사실을 인정했다.

직원들은 말을 맞춘 듯 “2인 1조 근무 규정을 지켰다”, “CCTV가 고장났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이 일부 복원한 참사 전 며칠간 CCTV 촬영분에는 관제석 2석 가운데 의자 하나가 책상 밑으로 들어가 있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근무 태만 정도 아니겠느냐 생각했는데 수사를 해보니 (근무 태만을)훨씬 넘어섰다”며 “조직적으로 ‘이렇게 진술하자’고 말을 맞춘 듯하다가 하나씩 사실이 드러날수록 자백을 하고 있지만 아직 실토하지 않은 부분도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검찰은 관제사 12명 전원과 센터장을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 구속영장이 청구된 관제사 2명과 CCTV 관리자의 구속 여부는 3일 오후 결정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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