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아파트만 골라 턴 ‘정장 차림 스파이더맨’

고급아파트만 골라 턴 ‘정장 차림 스파이더맨’

입력 2014-06-22 12:00
수정 2014-06-22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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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차례 범행에 3억여원 금품 훔쳐…양복 입고 의심 피해

지난 2월 12일 오후 7시 20분.

경기도 하남시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 CCTV에 말끔한 정장차림의 한 남성이 포착됐다.

여행용 가방을 끌고 백팩까지 멘 이 남성은 엘리베이터에 있는 내내 시종일관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등 다소 어색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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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아파트만 골라 턴 ‘정장 차림 스파이더맨’
고급아파트만 골라 턴 ‘정장 차림 스파이더맨’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상습절도 혐의로 하 모씨를 구속하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2일 밝혔다. 사진은 피의자 하모 씨가 경기 하남시의 한 아파트 빈집에서 금품을 훔친 뒤 엘리베이터에 탄 모습. 폐쇄회로(CC)TV에 찍히지 않기 위해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서대문경찰서 제공
가방 안에는 조금 전 이 아파트의 한 가정집에서 훔친 명품 가방과 금품 등이 잔뜩 들어 있었다.

경찰에 붙잡힌 이 남성은 아파트 상습 절도범 하모(35)씨다.

하씨는 작년 1월부터 지난 4월까지 양복에 백팩을 멘 차림으로 서울과 경기 일대 고급 아파트를 돌아다니며 1∼3층을 골라 털었다.

확인된 범행은 총 7차례로, 3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와 고가의 명품시계 등 모두 합쳐 3억500만원어치의 금품을 싹쓸이했다.

그는 아파트 건물 뒤쪽 가스배관이나 나무 등을 타고 올라가 베란다로 몰래 침입했다. 건물 뒤쪽에는 CCTV가 많지 않다는 점을 노렸다.

베란다 문이 잠겨 있으면 미리 백팩에 넣어간 노루발못뽑이(일명 ‘빠루’) 등으로 잠금장치를 부쉈다.

하씨가 빈집을 구분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해가 막 지기 시작한 초저녁 불이 꺼진 집만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이렇게 훔친 금품을 집안에 있던 여행용 캐리어나 자신의 백팩에 담은 뒤 아파트 현관을 통해 태연하게 빠져나갔다.

깔끔한 정장 차림이기에 아파트 주민이나 경비원들과 마주치더라도 전혀 의심받지 않았다.

하지만 하씨는 훔친 800만원짜리 명품가방을 퀵서비스로 다른 사람에게 팔려다 덜미를 잡혔다.

처음에 가방을 사겠다던 사람이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아 하씨에게 돌려보내면서 집 주소가 탄로 났다.

경찰은 CCTV 분석 등을 통해 하씨를 일찌감치 아파트 절도 용의자로 특정하고 추적했으나 주거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동종 전과로 실형을 선고받아 지난해 7월 만기 출소한 하씨는 훔친 금품을 현금화해 대부분 인터넷 도박으로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22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상습절도 혐의로 하씨를 구속하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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