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사람들’ 난민…그들은 가까운 ‘이웃’

‘보이지 않는 사람들’ 난민…그들은 가까운 ‘이웃’

입력 2014-06-19 00:00
수정 2014-06-19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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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세계 난민의 날…난민 신청자 5%만 난민지위난민신청 과정부터 난관…인정받아도 생활고 봉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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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난민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오전 서울시민청에서 ’2014 세계난민의날 전시’가 열리고 있다. 축소한 난민 천막에 생활용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세계 난민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오전 서울시민청에서 ’2014 세계난민의날 전시’가 열리고 있다. 축소한 난민 천막에 생활용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오늘 얼마나 많은 난민을 보지 못하고 지나쳤습니까?”

오는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앞두고 지난 10일부터 서울 시민청에서는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와 법무부가 주관하는 기념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주최 측은 국내에 거주하는 난민들을 손바닥만 한 크기의 미니어처로 제작해 높은 창틀이나 난간 너머같이 시선이 잘 닿지 않는 장소에 설치했다. 일상 속에서 많은 난민을 쉽게 지나치는 현실을 풍자한 것이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 곁에는 이미 수많은 난민이 있다. 어느덧 난민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가까운 이웃’이 되어 있는 셈이다.

◇ 난민 인정비율 5∼6% 불과…뿌리박힌 ‘불법체류자’ 이미지

19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으로 1994년 이후 우리 정부에 난민 지위를 신청한 사람은 무려 7천233명이나 된다.

이 중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경우는 고작 389명에 불과하다.

214명은 난민 인정보다는 혜택이 제한적이지만 합법적으로 한국에 머물 수 있는 ‘인도적 지위’라도 받았다. 그러나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거나 취소된 경우가 무려 5천138명에 달하고 1천492명은 기약없는 심사대기 상태다.

국내에 들어온 난민은 가까이는 중국, 베트남 출신이고 멀리는 나이지리아 출신도 있는 등 국적이 다양하다.

대부분 정치적인 박해를 피해 온 이들로, 자국에서는 고학력집단과 사회지도층에 속하지만 국내에서는 ‘불법체류자’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 희망 안고 한국땅 밟았지만 ‘고난의 연속’

어렵사리 한국에 온 뒤에도 이들의 삶은 여전히 힘겨운 것이 현실이다.

아프리카에서 온 A(30)씨는 활발한 온라인 활동과 함께 종교를 마음대로 개종했다는 이유로 본국의 박해에 시달리다 자유를 찾아 한국을 찾았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난민 신청절차를 밟던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도 울컥한다.

영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데도 통역도 없이 법무부 출입국사무소 직원과 마주앉아야 했다. 신청서 작성 방법도 몰랐지만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A씨는 “면담은 명백한 취조였다”며 “면담관은 계속 소리를 질렀고, 나는 진실을 말했지만 그는 내가 말하는 모든 것을 믿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난민 인정심사 회부 여부를 기다리느라 꼬박 일주일간 공항 대기실에서 지냈던 기억을 떠올리면 몸서리가 쳐진다고 했다. 화장실도 없는 좁은 방에 계속 머물러야 했고, 밤 10시가 되면 밖에서 문을 걸어 잠갔다.

A씨는 “나를 범죄자처럼 취급해 처벌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한국에서는 난민법이 어떤 의미인가”라고 되물었다.

방글라데시에서 정치적 문제로 도망 나온 B(33)씨도 2012년 난민 신청과정에서 비슷한 일을 겪었다.

면담 과정에서 통역자로부터 “야, 빨리해. 너 한국말 알잖아”라는 막말을 들어야 했다.

그가 “난민을 인정해줬으면 좋겠어요, 선생님”이라고 말하자 돌아온 것은 “인정 안 해줘. (너네) 나라 가. 우리나라는 왜 왔어?”라는 대답뿐이었다고 한다.

그는 여전히 난민 지위를 얻지 못한 상태다.

◇ 부실한 생계비 지원…정착해도 어려움 산적

이렇게 힘든 심사를 거쳐 국내에 정착한다 해도 난민의 삶은 고달프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터무니없이 적은 생계비 지원이다.

나이지리아에서 할례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박해를 받아 피난 온 C(36·여)씨는 취업허가를 못 받아 매달 정부에서 지원받는 생계비 38만원으로 생활하고 있다.

C씨는 “집 월세 25만원을 내고, 수도세 1만원, 전기세 2만원을 내고 나면 10만원 정도 남는데 이것만으로 한 달을 버티는 것은 큰 도전”이라며 “주변 외국인 친구들의 지원과 도움이 없다면 생활이 어려울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제는 한국에서 유명인사가 된 ‘내이름은 욤비’의 주인공 욤비 토나(48)씨의 사연은 난민을 바라보는 고정관념을 깨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콩고민주공화국 비밀정보요원으로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던 욤비씨는 ‘반정부 행위’로 정보기관에 체포됐고, 목숨을 건 탈출 끝에 2002년 한국에 도착했다.

몸에 익지 않은 ‘육체노동’을 하며 공장을 전전하고 몇 차례의 추방 위기를 넘긴 뒤에야 그는 난민으로 인정을 받았다.

이제 욤비씨는 ‘대학교수’라는 직함을 달고 살아간다. 한때는 불법체류자, 외국인노동자였던 그였다.

욤비씨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느끼지만 여전히 생활 속 차별과 생계 문제로 많은 난민 신청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과거 한국이 국제사회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어려움을 겪는 다른 나라 사람도 도와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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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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