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2014] 성숙한 거리응원문화 보여줬다

[월드컵2014] 성숙한 거리응원문화 보여줬다

입력 2014-06-18 00:00
수정 2014-06-18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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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대란·도로점거·과도한 뒤풀이 없이 비교적 차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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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브라질월드컵 한국 대 러시아의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시민이 거리 응원을 마친 후 주변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브라질월드컵 한국 대 러시아의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시민이 거리 응원을 마친 후 주변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브라질 월드컵 조별예선 첫 경기에서 러시아와 1대 1 무승부를 기록한 18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을 비롯한 시내 곳곳에서 거리 응원단은 비교적 성숙한 응원 모습을 보였다.

과거 일부 월드컵 응원전에서처럼 도로를 점거한 채 행진하거나 카퍼레이드를 벌이는 등 과도한 뒤풀이는 찾아볼 수 없었고, 출근길 교통대란도 발생하지 않았다.

직접 쓰레기 봉투를 들고 응원장의 쓰레기를 정리하는 시민들도 늘었다.

이날 1만8천명(경찰추산)의 응원 인파가 몰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대표팀 공식 서포터스인 ‘붉은 악마’가 경기 직후 쓰레기봉투를 무료 배포하며 “성숙한 응원문화를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시민 대다수가 이에 호응한 결과 광화문 광장은 순식간에 정돈된 모습을 되찾았다.

친구 4명과 응원전에 나섰던 김윤진(16·여·이화 병설 미디어고1)양도 100ℓ짜리 쓰레기봉투를 들고 광장을 누볐다.

김양은 “우리가 버린 쓰레기뿐 아니라 여기저기 눈에 띄는 쓰레기도 함께 치웠다”면서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고 싶고, 자기 주변을 정리하는 것은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관할구청인 종로구청과 강남구청도 쓰레기봉투와 마대자루를 거리응원지인 광화문 광장과 삼성동 코엑스 앞 영동대로에 무료 배포했다.

구청 측은 경기가 끝나기 10여분 전부터 환경미화원과 구청 청소과 전 직원, 살수차 및 청소차를 동원해 바로 청소작업에 돌입했다.

체계적인 대응 덕분인지 주최 측 추산 3만5천명(경찰추산 2만3천명)이 운집했던 영동대로 앞은 경기종료 30여분만에 쓰레기들이 대부분 정리된 상태다.

다만 일각에선 시민의식의 성숙보다는 세월호 참사 애도분위기와 출근시간대와 맞물린 이른 아침에 경기가 진행된 탓이 더 크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환경미화원은 “4년 전 월드컵과 비교하면 사람 수가 줄어든 게 가장 큰 이유”라면서 “특별히 쓰레기를 덜 버렸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경기 시작 전 새벽까지 영동대로 곳곳에는 찌그러진 맥주 캔과 빈 도시락통 등 각종 쓰레기가 널려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심지어 주변에 쓰레기통이 있는데도 아무 데나 음식 쓰레기를 버린 탓에 인도 바닥에 신발이 달라붙는 곳도 있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잊지 말자는 뜻으로 인도에 붙여놓은 노란색 리본이 행인들에게 밟히는 일도 있었다. 한 시민은 “여기 이런 종이가 붙어 있는 줄 몰랐다”면서 “다들 조심했으면 좋았을 텐데 괜한 죄책감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폭죽을 터뜨리고 지나가는 차량을 세워 흔드는 등 과거 한때 나타났던 무질서한 응원 행위는 전혀 없었으며, 경기가 끝나자마자 인파가 빠지면서 우려했던 출근길 대란도 없었다.

한편 소방방재청은 이날 새벽 서울 지역에서 응원전을 펼치던 시민 14명이 크고 작은 사고로 현장에서 치료를 받거나 자택으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대다수는 넘어져서 생긴 찰과상이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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