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참사> “오직 의사자 희망…할머니·손자 움막집서 지내”

<세월호참사> “오직 의사자 희망…할머니·손자 움막집서 지내”

입력 2014-05-25 00:00
수정 2014-05-25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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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민간잠수사 노모 만나 위로·성금 전달한 스님 익명인터뷰

“먼저 저승 간 아들 의사자 지정되고 남은 손자들 잘되길 바라는 마음뿐이더라. 할머니와 손자가 움막 같은 집에 살고 있어 나도 마음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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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민간잠수사 노모
숨진 민간잠수사 노모 세월호 구조작업에 나섰다가 희생된 민간잠수사 고 이광욱씨의 경기도 남양주시 자택을 지난 24일 오전 한 스님이 찾아 금강경이 적힌 걸그림과 성금을 전달하고 노모를 위로했다.
스님 제공
지난 24일 오전 노령의 한 스님이 세월호 구조작업 중 숨진 민간잠수사 고 이광욱 씨의 노모 장춘자(72) 씨의 집을 찾았다. 스님은 위로의 뜻을 전하고 성금을 전달했다.

자신의 이름과 성금 액수를 알리지 않는 것을 전제로 스님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 응했다.

스님은 “사고 때 뉴스에 노출이 많이 돼 노모가 외부인의 방문을 극도로 꺼리고 마음 상태가 안 좋았다”면서 “불자(佛子)인 사실을 알고 설득해 찾아갔더니 생각 외로 문밖에 나와 반겨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모에게 금강경 강의를 하고 삶과 죽음에 관한 부처의 말씀을 전했다.

스님은 “이번에 사고로 희생된 분들의 가족들이 지금 가장 원하는 것은 성금 같은 돈이 아니라 진심으로 고통을 함께 나누고 위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남을 구출하러 갔다가 생명을 잃었기 때문에 (이광욱 씨가) 분명히 좋은 곳으로 가셨을 것이라고 위로해 드렸다”고 말했다.

스님은 이광욱 씨의 사십구재도 올려 드리기로 약속했다.

노모는 스님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연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스님은 노모에게 여기저기서 모은 성금과 금강경을 붓으로 쓴 걸개그림을 전달했다.

성금에는 스님이 교화 운동을 해온 사형수들의 정성도 포함됐다.

특히 살인죄로 사형선고를 받고 21년간 복역하다 1995년 가석방된 양동수 씨가 건넨 돈도 있었다.

양 씨의 팔순 노모가 자식을 잘못 가르쳤다며 대구교도소 앞에서 3년 동안 통곡한 것에 재판부까지 감동하고 무기로 감형한 이야기는 지난 1970년대에 매스컴을 통해 알려진 바 있다.

이런 사연들이 담긴 성금을 고 이광욱 잠수사 노모가 한사코 거절했으나 스님은 억지로 돈을 쥐어주곤 집을 떠났다.

걸개그림에는 ‘일체유위법 여몽환포영 여로역여전 응작여시관’(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이라고 적혀 있다. 옆에는 작은 글씨로 ‘현상 있는 우주 만유의 모든 현상은 영원한 실체가 아니다’고 한글 뜻풀이가 달렸다. .

스님이 방문을 마치고 떠나는 길에 고인의 노모는 오히려 혈액 투석 중인 스님의 건강을 염려해줬다.

이날 스님이 찾은 장씨의 집은 너무나도 남루했다고 한다.

평생 지역사회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베풀며 살아온 장씨와 의로운 아들은 자기 집을 돌보진 않았는가 보다.

스님은 “움막도 그런 움막은 처음 보았다”면서 “집안에 텐트를 쳐서 그 안에 스물세 살짜리 손자가 지낸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장씨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경기도에서 장기전세임대주택을 제공하려고 했으나 장씨는 이마저도 거부했다.

장씨는 “아들 잃었는데 더 나은 집으로 이사 간다고 무슨 소용이겠느냐”고 했단다.

계속되는 경기도와 남양주시의 설득에 우선 아들이 의사자로 지정되면 거취를 다시 고민해볼 계획이다.

아들 이씨는 지난 6일 “애국하러 간다”면서 세월호 실종자 구조작업에 자발적으로 나섰다가 희생됐다.

국가가 지정하는 의사상자가 되면 국립묘지에 묻히게 된다. 현재 이씨의 유골은 남양주 봉인사에 임시 안치돼 있다.

이씨에 대한 의사자 지정 여부는 6월 중 보건복지부 심사위원회에서 결정된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19일 대국민 담화에서 “고 이광욱님의 모습에서 대한민국의 희망을 봅니다”라며 세월호 의인들의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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