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추돌사고] 참사 막은 기관사, 이준석 선장과는 달랐다

[서울 지하철 추돌사고] 참사 막은 기관사, 이준석 선장과는 달랐다

입력 2014-05-07 00:00
수정 2014-05-07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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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돌 때까지 비상장치 꽉 잡고 제동… 중상 입고도 끝까지 승객 대피 도와

‘1초만 늦었어도….’

지난 2일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열차 추돌 사고는 후속 열차 기관사의 민첩한 대응과 임기응변으로 대형 인명사고를 면한 것으로 밝혀졌다.

6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선행 열차와 추돌한 후속 열차의 기관사 엄모(46)씨는 앞서 곡선 구간을 도는 순간 갑자기 나타난 빨간불을 보고는 비상제동을 걸었다. 또 비상 매뉴얼에도 없는 보안제동까지 사용했다. 제동거리를 조금이라도 줄여 빨리 멈추게 하기 위해서다. 덕택에 시속 68㎞로 달리던 후속 열차는 속도를 떨어뜨리며 128m를 이동해 시속 15㎞로 선행 열차에 부딪쳤다.

원래 선행 열차가 승강장에 있으면 후속 열차 기준으로 진입 전 신호기 3개가 ‘주의-정지-정지’로 표시돼야 하지만 사고 당시엔 ‘진행-진행-정지’로 표시됐다. 엄씨는 “운행할 때 신호기 의존도는 절대적”이라면서 “빨간불을 보고는 순간적으로 죽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지만 본능적으로 비상제동을 걸었다”고 돌이켰다. 그는 추돌 순간까지도 비상제동 장치를 손에서 놓지 않았기 때문에 오른쪽 어깨를 심하게 다쳐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사고 현장을 조사한 국토부 관계자는 “기관사가 한눈을 팔아 1초라도 제동이 늦었다면 대형 사고가 났을 것”이라며 “그나마 비상제동 등으로 속도를 줄여 충격이 덜했다”고 말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도 “원래대로라면 비상제동을 걸고 194m를 이동했어야 했는데 보안제동이 추가돼 거리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1993년 서울메트로에 입사해 2006년부터 기관사로 근무한 엄씨는 중상을 입었지만 현장을 이탈하지 않고 가장 가까운 칸에 가서 승객 상태를 확인했다. 그는 “승객들이 많이 넘어진 상태였다”며 “저만 안부를 묻는 게 아니라 승객들도 저한테 ‘다친 데 없느냐’고 물어봤다”고 말했다. 정전된 끝쪽 부분의 승객들을 대피시키고는 기관실로 돌아와 ‘뒤쪽은 내릴 수 없으니 앞쪽으로 이동해 달라’고 방송했다. 일부 승객은 대피 안내 전 비상문을 열고 내렸지만 관제소에서 외선 열차 운행을 바로 중단시켜 추가 사고는 없었다. 엄씨는 “지시에 잘 따라준 승객들이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한 승객은 “본인도 부상당한 상태에서 마지막까지 승객을 안전하게 대피시켰다”며 “책임감 있게 역할을 해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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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2014-05-0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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