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참사> 여객선 운항 관리 뒤늦게 설레발

<세월호참사> 여객선 운항 관리 뒤늦게 설레발

입력 2014-05-01 00:00
수정 2014-05-0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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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마저도 허술… 승선권 검사도 하는 둥 마는 둥

대형 참사를 겪고 나서야 선사와 해경 등 관계 기관이 부랴부랴 여객선 운항 관리를 강화하고 나섰다.

세월호 침몰 사고 2주째인 지난달 30일 여객선 씨호프호를 이용해 인천 연안부두에 가려고 백령도 용기포항 매표소에 줄을 섰다.

사고 이후 여객선 선사가 발권과 신분 확인 절차를 강화하면서 매표창구 뒤로 늘어선 줄이 좀처럼 줄지 않았다.

창구 앞에 다가서자 직원은 신분증을 요구하고 신분증에 있는 사진과 실제 얼굴을 비교했다.

매표소 직원이 탑승객의 휴대전화 번호와 주민등록번호를 전산에 입력하고 나서야 승선권이 발권됐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전에 운임 할인이 적용되는 인천시민과 도서민을 제외하곤 신분증을 요구하지도 않던 모습과 대조됐다.

백령도 출장 일정을 마치고 섬 밖으로 나가던 한 남성은 “예전에는 나 혼자서 다른 사람 것까지 표를 여러 장 살 수 있었는데 지금은 신분증을 다 확인하니까 그게 안 되더라”며 “사고 이후에 좀 더 철저하게 하려는 것 같긴 하다”고 말했다.

승선권에는 탑승자 이름과 생년월일, 행선지, 좌석 번호 등이 기재돼 있었다. 선사 직원과 해양 경찰관은 여객선 입구 앞에 서서 탑승하는 이들의 승선권을 일일이 확인했다.

사고 이전에는 탑승객이 이름, 연락처, 주민등록번호를 승선권에 적은 뒤 개찰구에 내고 배를 타면 됐다.

그러나 허술한 여객선 운항 관리에 승선권에 기재 사항을 제대로 적는 탑승객은 드물었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도 탑승객 명단과 숫자에 혼란이 계속됐던 까닭이 여기에 있다.

선내에 들어서니 비상시 행동요령과 구명기구 사용법 등을 설명하는 게시물이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비상시 행동요령엔 ‘비상사태 발생 시에는 동요하지 않고 승무원의 안내에 따라 침착하게 행동합니다’고 적혀 있었다.

탑승자 명단에 혼란이 없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라는 대통령 지시에 따라 탑승자 신분 확인을 철저히 한다는 내용의 안내문도 있었다.

기존 것보다 훨씬 크고 선명한 색상의 비상구 안내 표시 스티커도 곳곳에 붙여놨다.

선내에 있던 한 선원은 “비상 상황이 발생할 때 탑승객 눈에 잘 띄라고 비상구 표시 스티커를 최근 추가로 부착했다”고 설명했다.

연안부두 도착 30여분 전에는 안내 방송을 내보낸 뒤 선원 2명이 돌아다니면서 승선권을 검사했다.

그러나 이 모든 절차와 형식을 강화했다고 해도 허술함은 여전했다.

상당수 탑승객에게는 아예 승선권 제시를 요구하지도 않는 등 도착 전 승선권 검사는 하는 둥 마는 둥했다. 탑승객은 200여명 됐는데 검사는 10분도 안 돼 끝났다.

’항해 중 출입 통제’라고 적힌 출입문을 열고 탑승객이 수시로 갑판에 드나들어도 누구 하나 제지하는 이가 없었다.

탑승객 정모(33)씨는 “가끔 여객선을 탔지만 내리기 전에 승선권 검사하는 거 처음이다”며 “그런데 되게 철저하게 하는 것 같진 않고, 사고 이후 형식 치레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인천해경의 한 관계자는 “출항 전 경찰관이 승선해 안전관리를 하지만 이후 항해 중 선내에서 일어나는 이뤄지는 행위에 대해선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면서 “여객선사에 안전 운항 조치를 강화할 것을 지시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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