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천후·선내 쌓인 장애물로 시신 수습 어려워…사망자 188명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12일째인 27일 사고 해역에는 기상이 좋지 않아 구조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특히 선내에 쌓인 카펫, 이불, 가구 등이 구조·수색작업의 최대 장애물 중 하나로 부상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업무 태만 의혹을 받는 해경을 압수수색하고 일부 승무원들이 사고 당시 해운사 측과 통화한 사실도 밝혀냈다.
한편 이날 발표된 정홍원 총리의 사퇴소식을 접한 세월호 참사 실종자 가족들은 “무책임하다”며 질책하기도 했고 “당연한 결과”라며 수용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세월호참사> 야속한 날씨
세월호 침몰 12일째인 27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우비를 입은 한 실종자 가족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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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사고 해역에는 바람이 초속 10∼14m로 강해졌고 파고도 2m 안팎으로 높아져 민·관·군 합동구조팀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수색에 난항을 겪었다.
구조팀은 정조 시간대에 맞춰 이날 새벽 선내에 진입했으나 수색에 진전이 없고 객실 수색범위(111개 객실 중 35개 수색)도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구조팀은 잠수사 98명을 현장에서 대기시키고 이날 오후 1시께 다시 수색을 재개했으며 기상 여건에 맞춰 가능하면 많은 인원을 투입, 4층 좌현 객실을 중심으로 수색할 방침이다.
미국 해군 소속 잠수전문가 4명은 전날 해군 함정에 도착해 기술자문을 하고 있으며 첨단 잠수장비 등을 갖춘 미군 구조함 세이프 가드호는 다음 주 초 현장에 투입된다.
대책본부는 선체 인양에 대해서는 “가족의 입장이 중요하다”며 “(인양 결정이 날 경우에 대비해)정부 차원에서 인양에 필요한 제반사항은 준비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날 현재 세월호 침몰 사고 관련 사망자는 188명, 실종자는 114명이며 시신이 수습된 사망자 186명은 가족에게 인도됐다.
◇ 선내에 장애물 쌓여…잠수사들 수색 어려움 호소
시신 2구를 수습한 지난 26일 이후 만 하루 동안 시신 1구를 수습한 것 이외에는 수색에 큰 진전이 없다.
잠수사들은 특히 실종자 다수가 몰려 있는 것으로 예상된 4층 선수 쪽 다인실 등에서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류 흐름도 빨라진데다 기상까지 악화된 점도 있지만 선체 내 ‘장애물’ 탓에 수색이 힘들다는 것이 해경의 설명이다.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은 “선내 곳곳에서 물을 먹은 카펫, 이불, 가구 등이 통로와 객실 등을 꽉 채워 진입·구조·수색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현재로서는 이들 물건을 제거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며 “선수 앞쪽 창문을 깨고 내부 물건들을 끄집어 내는 방법도 시신이 유실될 수 있어 실행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 잠수사는 “이렇다 보니 물건들 사이에 손을 집어넣어 만져 촉감으로 시신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있다”고 수색의 어려움을 전했다.
◇ 수사본부 수사, 해경에 정조준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있는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칼끝은 업무 태만 의혹을 받은 해양경찰로도 향하고 있다.
지난 26일 해양경찰이 관할하는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를 압수수색한데 이어 제주 VTS에도 수사관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해경 상황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27일 청구할 예정이며 영장이 발부되면 28일 집행할 방침이다.
사고신고 접수 당시의 ‘업무 태만’ 의혹을 밝히기 위해서는 이들 VTS는 물론 해경 상황실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수사본부는 매뉴얼대로 신고 접수했는지, 시간대별 조치 내용, 진도·제주 VTS와 연계 체계, 비상상황에 대한 근무자들의 업무태만 여부 등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해양수산부 선박자동 식별장치(AIS)와 진도 VTS 항적 자료에서 동일한 시간대(16일 오전 8시 48분 37초∼49분 13초) AIS 신호가 나타나지 않은 점도 수사 대상이다.
또 사고 당시 승무원들과 청해진해운의 통화 내역을 확보해 부적절한 지시 등이 있었는지 여부를 규명할 계획이다.
수사본부는 이날 세월호 선장 이준석(68), 3등 항해사 박모(25·여), 조타수 조모(55)씨 등 3명을 유기 치사, 과실 선박매몰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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