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구원파 신도 자금으로 사업 시작

유병언, 구원파 신도 자금으로 사업 시작

입력 2014-04-24 00:00
수정 2014-04-24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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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 재산증식 등 목적…”실질은 교회 소속 회사”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의 사실상 교주인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은 신도 일자리 마련과 재산 증식을 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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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연합뉴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연합뉴스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 등 유 전 회장 일가족 소유 회사의 주요 임직원이 구원파 신도인 것도 이같은 초기 사업 목적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다.

목회자였던 유 전 회장은 사업 초기 신도들의 출자 및 헌금, 교회 부동산 담보대출 등으로 자금을 마련했다.

이같은 교회-기업의 연결고리는 고스란히 이어져 청해진해운 지주회사인 아이원아이홀딩스 등은 최근에도 구원파 소속 교회 부동산 등을 담보로 금융기관의 자금을 끌어쓴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유씨는 1962년께 장인인 권신찬 목사와 함께 대구지역을 중심으로 초교파 평신도 운동을 벌였다.

유씨는 “예배당 안에서의 예배를 중시하는 지금까지의 예배는 잘못됐다. 진정한 예배는 구원받은 교인들이 서로 돌아보고 가까이 교제해야 한다”고 설교했다.

유씨는 특히 구원받은 신도들 간의 일을 통한 교제를 중시했다.

유씨는 신도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고 재산증식에도 기여한다는 명목으로 당시 경영난에 허덕이던 삼우트레이딩주식회사를 1976년 인수한 뒤 2년 뒤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삼우는 같은 교인인 오모씨가 소유하던 회사였다.

이 과정에서 유씨는 교회가 기업 경영에 참가하는 것을 반대하던 장인 권 목사와 사이가 벌어졌다.

그러나 이미 권 목사는 형식적 교주에 불과했다. 사실상 구원파의 교주 위치에 있던 유씨는 삼우 인수 당시 신도들의 출자 및 헌금을 권장했다. 회사 인수 뒤에는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고 신도들을 우선적으로 삼우 직원으로 채용했다.

검찰은 23년 전 유 전 회장을 사기 혐의로 기소하면서 작성한 공소장에서 “삼우는 인수 당시를 기준으로 본다면 주주 및 종업원 대다수가 신도들로 구성된 실질적으로는 교회에 소속된 회사였다”고 적시했다.

유씨는 교회건물을 비롯한 교회의 재산뿐만 아니라 신도들의 개인재산도 삼우가 대출을 받는데 필요한 담보로 제공했다.

30여년이 지난 현재 유씨 일가족 소유 회사의 주요 임직원이 구원파 신도인 점, 이들 계열사의 금융기관 대출에 구원파 교회가 관여된 점과 판박이다.

자수직물 생산 및 수출로 시작한 삼우는 1982년 회사 명칭을 세모로 바꿨다. 세모는 1977년 봉제완구 및 페인트 생산을 시작한데 이어 주택개발회사 인수, 전자공장 개설, 도자기공장 설치, TV모니터 공장 인수 등에 나서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 과정에서 자금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전문성 없는 신도들을 대거 직원으로 채용하면서 회사 경영에 문제가 발생했다. 직원 월급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게 됐다.

결국 유씨는 비서 노릇을 하던 송모씨를 통해 신도들로부터 사채를 끌어모았고 이를 제때 갚지 못해 1991년 상습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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