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참사> 20년 전 시스템이 부른 승선객 수 혼란

<세월호참사> 20년 전 시스템이 부른 승선객 수 혼란

입력 2014-04-21 00:00
수정 2014-04-2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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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시행한 여객선 신원 확인 시스템 ‘제자리’

정부가 사고 당시 총 승선자 수를 놓고 수차례 말을 바꾼 것은 허술한 여객선 신원확인 시스템에서 비롯됐다.

정부가 해난사고 때 승선자 수를 정확하게 파악하겠다며 1995년부터 시행한 여객선 승선정원 관리제도가 20년째 제자리에 머물면서 이번 혼란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상여객운송사업 면허 조건을 보면 지방해양항만청은 선사 측에 여객선 승선권에 승선자의 인적 사항을 적어 3개월 동안 보관하도록 명시돼 있다.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이 작성한 승선자 명단에 따르면 승선권에 적게 돼 있는 이름, 생년월일, 휴대전화 번호를 모두 작성한 승선객은 80여명에 불과했다.

특히 화물차량 기사 33명 중 대부분이 생년월일이나 휴대전화 번호를 남기지 않았다.

해경이 재차 확인한 지난 17일 오전까지 견인차량 기사 1명과 트레일러 기사 3명의 이름은 아예 빠져 있었다. 또 ‘구00일행’이라는 신원미상의 탑승객도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

목포한국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생존자 구모(36)씨는 “회사 동료인 서모(44)씨와 제주 출장길에 티켓을 2장 결제했지만, 주민번호는 1명만 적었다”고 말했다.

구씨는 결제 과정에서 서씨의 주민번호를 적으려 했지만, 안개 탓에 운항이 지연되자 선사 측 직원이 만류해 본인 주민번호와 연락처만 남겼다고 밝혔다. 서씨는 구씨의 진술에 따라 뒤늦게 실종자 명단에 포함됐다.

항공기와 다른 허술한 지금의 여객선 시스템이 마련된 것은 20년 전이다.

1995년 당시 해운항만청은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승선권을 구입할 때 신분증을 제시하던 절차를 없애고 여객선 승선자의 인적사항을 적도록 하는 내용의 ‘여객선 승선정원 관리제도’를 시행했다.

승선자의 인적사항을 승선권에 쓰도록 해 해난사고 때 승선자 수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한다는 의도였다. 당시에는 승선권에 인적사항을 적는 게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해난 사고 때 인원 파악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20년이 지나도 혼란은 반복됐다. 인적사항을 적는 게 의무사항이 됐지만, 이름과 생년월일이 곧바로 찍혀 발급되는 항공권과 달리 승객이 직접 승선권에 적도록 하는 방식은 바뀌지 않았다.

출항 시간에 쫓겨 선사 측과 터미널 검표 직원들이 철저하게 인적사항 기록 여부를 확인하지 않아 세월호 승선자의 신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선사 측과 정부는 사고 후 수차례 총 승선자 수를 바꿔 발표해 혼란을 키웠다.

인천연안여객터미널의 한 관계자는 21일 “인천 시민은 할인을 받아 배표에 이름과 생년월일이 찍혀 나오지만 타 지역 주민들은 직접 신원을 쓰게 돼 있다”며 “승선권 시스템 자체를 항공권처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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