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사건 담당검사 ‘증거조작’ 정말 몰랐나

간첩사건 담당검사 ‘증거조작’ 정말 몰랐나

입력 2014-04-01 00:00
수정 2014-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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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증거를 조작한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면서 당시 재판을 맡은 검사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국정원 측이 ‘팩스 바꿔치기’까지 해가며 위조한 문서에 발신번호가 잘못 찍혔다는 이유로 20분만에 다시 문서를 보내는 등 충분히 미심쩍은 상황이 있었다.

하지만 공판을 맡은 검찰은 이에 대한 검증 없이 두 가지 공문을 잇따라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정원 비밀요원 김모(48·구속기소) 과장과 ‘대공수사 베테랑’ 권모(51) 과장은 지난해 10월 중국 내 또다른 협조자 김모씨를 통해 허룽(和龍)시 공안국 명의로 유우성(34)씨의 출입경기록을 비정상적인 루트로 입수했다.

공판검사가 이에 대해 선양(瀋陽) 총영사관을 통해 검증을 하기로 하자 이들은 ‘팩스 바꿔치기’를 통해 중국 당국의 회신공문을 위조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27일 오전 10시20분 허룽시 공안국 명의로 위조한 회신 공문을 인터넷 팩스(웹팩스)로 선양 영사관에 보내는 과정에서 엉뚱한 팩스번호가 찍히자 20분만에 다시 허룽시 공안국 대표번호로 재차 팩스를 보냈다.

담당 공판검사는 먼저 받은 회신문서를 지난해 12월5일 항소심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

뒤이어 온 2차 문서는 팩스번호만 바뀌었을 뿐 내용은 그대로였지만 검사는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은 채 12월13일 다시 증거로 냈다.

당시 검찰이 해당 출입경기록이 정식 발급된 문서인지 확인하는 과정에 있었던 만큼 20분 간격으로 접수된 팩스들의 발신번호가 다르게 적힌 이유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점은 여전히 의문이다.

검찰은 앞서 선양 영사관을 통해 출입경기록을 공식 입수하고자 시도했었고 국정원 권모 과장이 2012년 말 입수해둔 출입경기록에 대해서도 ‘발급날짜와 관인이 없다’며 증거로 내지 않는 등 나름의 검증 과정을 밟아왔기 때문이다.

만약 담당 검사가 문서 위조 가능성을 인지하고서도 이를 덮고 넘어가려고 했다면 사실상 ‘공범’이 될 수 있다. 구속기소된 김 과장의 공범으로 사법처리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같은 사실을 몰랐다고 해도 마지막 검증과정을 소홀히 했다는 점에서 검사가 직무유기를 했다는 책임론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이 사건은 박근혜 정부 들어서 처음 기소된 간첩사건으로 큰 주목을 받았던 데다 재판 과정에서 끊임없이 논란이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담당 검사 중 한명은 2011년 국정원에 파견돼 약 1년 반 동안 근무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의 도움을 받아 증거 문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담당 검사 2명은 지난 주말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받으면서 “문서가 비공식 경로로 입수된 사실은 알았지만 위조된 줄은 몰랐다”고 소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관련 수사가 끝나는 대로 이들 검사에 대해 본격 감찰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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