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조트 붕괴’ 수사 경찰, 잇단 거짓말에 ‘헛심’

‘리조트 붕괴’ 수사 경찰, 잇단 거짓말에 ‘헛심’

입력 2014-02-27 00:00
수정 2014-02-2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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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자들 “술 마시고 농담”, “통화 안했어요”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이 주택업자와 공무원 등의 잇단 거짓말에 수사력을 낭비하고 있다.

경찰은 그러나 사법처리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붕괴사고(17일) 이틀 만에 한 조립식 주택업자는 “체육관 붕괴 전 리조트 측에 하자보수 견적서를 냈다”는 말을 꺼냈다.

경찰은 일부 언론에 이 같은 내용이 보도되자 사실 여부를 밝히기 위해 이 주택업자는 물론 관련자 4~5명을 불러 2차 조사까지 펼쳤다.

주택업자의 통화내역, 이동경로, 리조트 폐쇄회로(CC)TV 등을 조사하는데 수사력을 쏟았다.

리조트측이 하자보수를 요청했다면 ‘붕괴 조짐’을 인식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어 경찰은 중요한 수사 단서로 본 것이다.

특히 주택업자가 1차 경찰조사에서 견적서를 냈다고 진술하는 바람에 수사 혼선까지 빚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그러나 주택업자의 진술이 바뀐 점, 압수수색 분석작업에서 하자보수 내용이 없었던 점, 다른 주택업자들이 체육관에 간 적이 없다고 진술한 점 등을 통해 ‘사실 무근’으로 밝혀냈다.

주택업자는 뒤늦게 2차 경찰조사에서 “술 한잔 마시고 주변 사람들과 농담 삼아 한 이야기”라고 했다.

결국 1주일간의 수사력이 낭비된 것이다.

하지만 주택업자 진술이 거짓임을 밝히는데 1주일이나 걸린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경찰수사의 무능함을 지적하고 있다.

한 수사 관계자는 “경찰이 허위 진술에 끌려다니며 놀아난 셈”이라며 “정말 중요한 단서로 인식했던 것이 거짓으로 밝혀지면서 수사에 혼선만 가져왔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경주시청 문화관광과 관광개발계 직원 김경화씨의 거짓말에도 수사력을 뺏겼다.

김씨는 당초 언론 등에 “사고가 난 리조트에 제설작업을 하라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리조트 측이 이 같은 연락을 받고도 제설작업을 하지 않았을 경우 경찰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의 한 항목에 넣을 수 있는 단서로 보고 관련자들과 공문서 등을 조사했다.

그러나 김씨는 통화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중요한 수사를 하는데 어처구니 없는 거짓말들을 하는 바람에 많은 수사 인력과 힘이 낭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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