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입원치료 학우 빈자리 ‘침통’
“천장이 갈라지는 소리가 갑자기 소름끼치게 들려와요. 이제 체육관 건물에는 못 들어갈 것 같아요.”’체육관 싫어요’ 부산외대 약식입학식
경주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를 경험한 부산외대 아시아대 신입생들이 27일 체육관 대신 강당에서 별도로 마련된 약식 입학식에 참석했다. 학교 측은 악몽에 시달리는 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아시아대 신입생들이 체육관 입학식을 거부해 강당에서 약식으로 입학식을 진행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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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참사를 겪은 부산외대 아시아대 학생들을 위한 약식 입학식이 27일 오전 학내 강당인 트리트니홀과 만오기념관 2곳에서 열렸다.
같은 시간 부산외대 체육관 건물에서는 전체 신입생이 참가하는 본 입학식이 열리고 있었지만, ‘아시아대 학생들이 체육관 구조의 건물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다’는 심리치료 상담을 통보받은 학교 측이 학생들을 위해 강당 건물에서 별도의 입학식을 연 것이다.
희생자를 위한 묵념으로 시작한 약식 입학식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학생들은 그때의 끔찍했던 기억이 떠오르는 듯 고개를 푹 숙였고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숨진 신입생 6명의 빈자리와 입원치료를 받고 있어 입학식에 참석하지 못한 39명의 빈자리가 유독 크게 느껴졌다.
자식들 걱정에 입학식장까지 따라나섰던 부모들의 눈에도 눈물이 맺히며 분위기는 금세 숙연해졌다.
재학생과 신입생들은 서로 마음의 상처에 대해 들어주고 안아주며 위로하는 모습도 보였다.
약식 입학식은 묵념과 기도 외에는 대부분 절차를 생략했고, 학생들을 위한 심리특강과 심리검사로 1시간가량 이어졌다.
황귀연 아시아대학장은 “축하를 하고 즐거워야 할 입학식이지만 무거운 마음뿐이다”면서 “입학식이 형식적인 식에 치우치기보다는 학생들의 치료에 중점을 두기로 해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아시아대 학생들의 많은 수가 부산시 재난심리안전센터의 상담에서 불안증세를 호소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붕괴사고 때 머리를 다쳐 입원치료를 받았다가 입학식 며칠 전 퇴원을 했다는 미얀마학과의 한 신입생은 “사고 당시에는 너무 놀라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이제는 자려고 하면 천장이 갈라지는 소리와 비명이 나는 것 같다”며 “’내가 문제가 있구나’를 지금 느끼고 있다. 불안증상이 올 때마다 남자니까 괜찮아 마음을 잡으려 하지만 쉽지 않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베트남어과의 한 신입생도 “새 출발 하는 설렘도 크지만, 사고 순간이 떠오르면 어쩌나 걱정이 무척 크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심리치료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도 심리상담을 위해 교육부, 소방방재청, 부산시 재난안전과 재난지원센터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학교 측은 또 신체적 부상이 가볍더라도 정신적 충격을 받은 학생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전치 4주 이상의 부상에만 신입생들이 휴학할 수 있다는 규정을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편 이날 학내에 마련한 희생자들의 합동분야소에서는 정해린 총장 등 전 교수들이 조문했고, 입학식이 끝나고서는 학생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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