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상여 제외하면 통상임금 규모 줄어…올봄 임단협 쟁점될 듯
정부가 1임금지급기(1개월)를 통상임금 산정기준에서 제외하는 등 현실에 맞지 않는 임금 지도지침을 손질했지만 소급청구를 제한하고 정기상여금까지 통상임금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밝혀 논란이 될 전망이다.소급청구는 이미 대법원이 신의성실 원칙을 들어 제한할 수 있다고 밝혔고, 실제 소송까지 제기하기에는 노동계도 부담도 적지 않아 대규모 소송이 벌어질 가능성은 적다.
그러나 재직자에게만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빼면 통상임금 규모가 크게 줄어 당장 연장근로수당에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올봄 각 산업현장에서 벌어질 임단협에서는 재직자 요건을 정기상여금에 포함하려는 사용자 측과 퇴직자에게까지 확대하려는 노조 측의 힘겨루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는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 등 통상임금 요건 중 고정성과 관련이 있다.
통상임금은 초과근로수당을 산정하는 기초임금이어서 실제로 초과근로를 제공하기 전에 미리 확정돼 있어야 한다는 게 고정성이다.
특정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임금은 초과근로를 제공하는 시점에서 보았을 때 그 시점에 근로자가 재직하고 있을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고정성이 없다는 게 대법원의 판결이었다.
대표적인 게 김장 수당, 휴가 수당 등 근로와 무관하게 재직만이 지급조건이 되는 수당이다.
고용노동부는 정기성 요건을 충족한 정기상여금도 고정성이 빠져 있으면(재직자에게만 지급하면) 통상임금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정시점에서 퇴직하더라도 근무 일수에 따라 지급하면 고정성 요건을 갖춘 것으로 본다.
예를 들어 6월, 12월에 각각 120만원의 정기상여금을 지급하는 기업에서 5월에 퇴사하는 근로자가 100만원(월 20만원씩 계산)의 상여금을 받을 수 있다면 이는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정기상여금이다.
반대로 퇴직자에게 지급하지 않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다.
고용노동부는 이렇게 해석한 근거로 대법원 판결을 들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문에는 “상여금 지급 대상 기간 중 퇴직한 근로자에 대해서는 근무 일수에 따라 일할계산하며 지급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소정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그 지급이 확정된 것이라고 볼 수 있어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고정적인 임금인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가 판결 후 1천개 기업을 대상으로 벌인 실태조사에서는 3분의 1정도만 특정시점에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정기상여금을 일할 또는 월할로 지급하고 있었다.
나머지 3분의 2 기업들에서는 재직자 요건이 쟁점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특정시점 퇴직자에게 지급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법원 판례를 엄격하게 해석하면 김장, 휴가 수당뿐 아니라 정기상여금도 고정성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