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서 직원별 트윗 계정 등 ‘물증’ 확보
‘유료로 팔로워 숫자를 늘리는 방법’, ‘트위터의 제재 조치로 정지된 트위터 계정을 살리는 방법’.검찰은 ‘트윗 작업’을 담당한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안보사업5팀 직원의 이메일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이런 제목의 첨부파일을 발견했다.
발신자와 수신자는 같았다. 외근을 주로 하면서 자료를 저장해 둘 목적으로 자신의 인터넷 포털 계정으로 ‘심리전’ 관련 자료를 보낸 것이다.
메일에는 트위터 계정을 추가하고 조장과 팀원에게 할당한다는 내용의 자세한 업무처리 요령도 담겼다.
여러 트위터의 아이디와 비밀번호, 직원별로 각자 사용하는 계정들을 자세히 적은 메일은 검찰이 불법 목적의 트윗 121만건을 확인하는 결정적 단초가 됐다.
검찰은 5일 원세훈(62) 전 국정원장의 공판에서 국정원 직원들이 남긴 트윗을 추적한 과정을 자세히 밝혔다.
검찰은 이런 ‘물증’을 확보하기에 앞서 빅데이터업체로부터 받은 자료를 비롯한 3천200여 만건의 트윗 중에서 국정원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원 전 원장의 ‘지시·강조 말씀’에 등장하는 특정 키워드를 다수 포함한 계정들을 선별했다. 이런 계정의 주인을 찾으려고 같은 아이디로 인터넷 포털에 가입한 국정원 직원이 있는지도 확인했다.
그 결과 국정원 직원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트위터 계정 402개를 확보했다. 이들 계정에 대해서는 외국과 사법공조를 통해 가입자 정보에 대한 보존조치를 요청했다.
검찰은 이미 휴대전화 번호를 확보한 국정원 직원들의 통화내역을 분석했다. 상대 번호가 위장사업자 명의로 된 경우 국정원 직원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대상을 계속 넓혔다.
검찰은 통화내역과 포털 가입정보 등을 토대로 소속 부서와 인적사항을 확인하며 국정원의 조직도를 그려나갔다. 그 결과 안보사업5팀 직원 14명이 특정됐다.
트윗 작업의 구체적 내용을 담은 이메일은 이들의 인터넷 포털 계정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것이다.
앞서 보존조치를 요청한 트윗 계정 402개 가운데 125개가 메일에서 쏟아져나왔다. 팀장을 포함한 안보사업5팀 직원 24명을 확인했다. 검찰은 “추정에 머물렀던 트위터 작업이 물증을 통해 사실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검찰은 직원들의 메일에서 발견한 계정들을 토대로 리트윗이나 동시트윗에 사용된 계정들도 추적했다. 원래 트윗을 퍼뜨리는 데 사용한 ‘2차 계정’은 2천270개에 달했다.
분석 결과 하나의 트윗이 그룹에 따라 수십 개의 계정으로 리트윗됐다. 리트윗된 시간은 초 단위까지 같았다. ‘봇’이나 ‘트위터덱’ 등 여러 자동화 프로그램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매일 오전 국정원 내부 회의에서 선정된 이슈들에 대한 트윗을 날렸다.
대선을 한 달 앞둔 지난해 11월23일 우리나라 원전에 대한 IEA(IAEA의 오타)의 호평을 ‘홍보할 필요가 있다’는 지시가 하달됐다. 이날 직원들이 오타까지 그대로 옮긴 트윗을 퍼뜨리는 촌극도 빚어졌다.
검찰은 “직원들이 원장의 지시를 성실히 수행했다는 명확한 근거”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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