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자료실서 사본 나와…하와이 포로수용소 생활상 등 담아7호 이후 처음, 일제 강제 징용자 명부도 함께 나와…”사료적 가치 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제에 강제 징용됐다가 연합군 포로가 돼 하와이에 수용됐던 한인들이 발간한 ‘자유한인보’ 3호 복사본이 충북에서 발견됐다.2차 세계대전 당시 일제에 강제 징용됐다가 연합군 포로가 돼 하와이에 수용됐던 한인들이 발간한 ‘자유한인보’ 3호 복사본이 국내 최초로 충북에서 발견됐다. 사진은 자유한인보 3호 표지(위)와 게재 기사 중 일부.
충청일보 제공
충청일보 제공
자유한인보는 하와이 수용소의 강제 징용 포로들의 생활상을 소개했던 신문으로, 독립기념관과 국가기록원 등이 소장한 7호 이외에는 지금껏 국내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충청지역 일간지인 충청일보는 최근 본사 자료실에서 자유한인보 3호 복사본과 일제 강제 징병자 3천여명의 명단이 실린 명부를 발견했다고 2일 밝혔다.
충청일보의 한 관계자는 “본보 창간 70년사 특집 마련을 위해 자료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자유한인보 3호와 징병자 명부의 존재를 확인하게 됐다”고 전했다.
자유한인보는 일제에 강제 징용돼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연합군 포로가 된 한인들이 하와이수용소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주보(週報)로 제작한 일종의 소식지다. 한인 포로들은 일본이 패망한 뒤 귀국하던 1945년 12월 자유한인보 7호까지 발간했다.
자유한인보 1∼7호 가운데 최종호인 7호만이 독립기념관과 국가기록원 등에 보관돼 있다.
이번에 발견된 자유한인보 3호는 1945년 11월 15일 발간된 것으로, 손 글씨로 쓴 뒤 이를 등사한 형태의 60쪽 분량이다.
한인 포로들의 수용소 생활상과 소감, 국제 정보 등을 상세하게 담고 있다.
자유한인보 3호와 함께 발견된 징병자 명부는 한인 포로의 출신지역과 성명이 상세하게 적혀 있으며, 자유한인보 7호의 부록으로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명부의 존재는 1992년 처음 알려진 후 2010년 재일(在日) 유족에 의해 2천600명 정도의 기록이 담긴 명부가 일반에 공개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된 명부에는 3천명 정도의 강제 징용자 명단이 온전한 형태로 기록돼 있어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 조사에 귀중한 사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김도형 책임연구원은 “포로 신분으로 수용돼 있으면서 신문을 제작했다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일”이라며 “자유한인보는 당시 강제 징용 한인 포로들의 생활상을 읽을 수 있어 사료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또 “기존 7호와는 또 다른 형태와 내용을 가진 3호의 발견은 일제 강제 징용사 연구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충청일보 측은 “자유한인보 3호의 사료적 가치를 고려해 독립기념관 등 관계기관과 협의, 보존·관리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충청일보는 또 징병자 명부에서 위안부로 추정되는 기록이 일부 발견됨에 따라 국내 처음으로 위안부로 끌려갔던 한인들의 인적 사항을 명확히 밝힐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관련 기록을 역추적하는 ‘위안부 흔적 찾기’ 탐사 보도도 추진하기로 했다.
1941∼1945년 일본에 강제 징용돼 남태평양 지역에 배치됐다가 연합군에 붙잡힌 하와이 한인 포로는 모두 3천여명으로 추정되며, 종전 후 1945년 12월(2천614명)과 1946년 8월(105명) 두 차례에 걸쳐 고국으로 귀환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