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항공청에 책임 떠넘겼다가 뒤늦게 “업무 자체 몰랐다” 시인
헬기 충돌 사고 당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의 항공장애표시등이 꺼져 있었던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강남구청은 표시등 관리 책임이 구청측에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고 이에 따라 업무 자체를 방치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강남구청은 당초 아이파크 항공장애표시등의 관리책임이 서울지방항공청에 있다고 주장했다가 항공청이 관련 규정 등을 들어 강하게 반박하자 곧장 말을 바꿔 관리 책임이 구청측에 있다고 시인했다.
강남구청은 결국 관리 주체가 누구인지도 몰랐고 지금껏 관리 업무도 하지 않아온 셈이다.
서울 강남구청은 당초 19일 오전 보도자료를 내 “경기 성남 서울공항의 표점(標點)으로부터 15㎞ 이내에 위치한 삼성동 아이파크 항공장애표시등의 관리 책임은 국토교통부와 서울지방항공청에 있다”면서 구청에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었다.
비행장 표점으로부터 반지름 15㎞ 밖의 지역에서만 항공장애표시등의 설치·관리 권한이 지자체에 있다고 규정한 항공법 시행령 제63조를 그 근거로 들었다.
구청측은 “아이파크와 서울공항 사이 거리는 11㎞”라며 “사고 당시 아이파크의 항공장애표시등이 꺼져 있었고, 감독 책임이 있는 강남구청이 이를 관리해오지 않았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서울지방항공청은 이에 대해 “서울공항은 군용 시설이므로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에 따라 애초 항공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고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항공청 관계자는 “항공법에서 말하는 비행장 가운데 사고가 난 아이파크에서 가장 가까운 비행장은 김포공항이며 김포공항 표점과 아이파크는 15㎞ 이상 떨어져 있으므로 아이파크 항공장애표시등 감독 주체는 지자체가 맞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구청측에 떠넘기려는 게 아니라 아이파크의 항공장애표시등 관리·감독 책임은 법에 의해 원래부터 강남구청에 있는 것”이라며 구청측 주장을 일축했다.
항공청이 관련 규정을 들며 강하게 반박하고 나서자 강남구청은 뒤늦게 “서울공항에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이 적용된다는 점을 몰랐다”며 착오가 있었음을 스스로 인정했다.
관리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강남구청은 아이파크를 비롯한 관내 고층 건물의 항공장애표시등에 대한 관리 업무도 일절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구청 관계자는 “업무 자체를 몰랐고 관련 지침도 없었기 때문에 관리할 생각을 못했다”고 토로했다.
지난 16일 짙은 안개 속에서 헬기가 아이파크 아파트에 충돌한 사고 당시 건물 외부의 항공장애표시등이 꺼져 있었고 이번 충돌 사고의 중요 원인의 하나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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