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아파트 헬기 충돌 4대 미스터리

도심아파트 헬기 충돌 4대 미스터리

입력 2013-11-18 00:00
수정 2013-11-18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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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경로 이탈 ② 낮은 고도 ③ 안개 속 운항 ④ 항공청 역할

지난 16일 서울 강남 한복판인 삼성동의 초고층아파트 아이파크에 민간 헬기가 충돌하는 전대 미문의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사고 원인을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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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우선 베테랑 조종사가 왜 정상적인 비행 경로를 벗어나 항공법 상 진입이 금지된 도심의 인구 밀집지역에서 비행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조진수 한양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17일 “(날씨가 안 좋아) 시계비행할 때는 강이나 도로를 따라 날며 이동해야 하는데 착륙 지점을 코앞에 두고 왜 경로를 꺾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사고 헬기인 LG전자 소속 시콜스키 S76C++는 2007년 제작된 기종이라 최신 위성항법시스템(GPS)과 관성항법장치(INS·헬기의 위치·자세 등 정보 제공 장치)가 내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식 중원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날씨 탓에 착륙을 포기하고 회항하던 중 영동대교 근처에서 청와대 비행 금지구역인 북쪽을 피해 남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가 부딪힌 듯하다”고 분석했다.

헬기가 도심을 비행할 때는 최저 고도 300m 이상을 유지하는데 사고기가 충돌 때 120m의 고도로 낮게 비행한 이유도 의문이다. 한 항공 전문가는 “안개가 꼈다고 해도 서울에서 그렇게 낮게 난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고도계 등이 정상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안개 속에서 운항을 강행한 이유를 놓고는 해석이 엇갈린다. 사고 당시의 가시거리는 성남 공군기지 기준 800m로 안개가 껴 있었다. 숨진 박인규(58) 기장의 아들은 “아버지는 ‘안개 때문에 김포에서 직접 출발하는 게 어떠냐’고 상의했지만 회사에서 잠실로 와 사람을 태우라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가 무리한 운행을 강요했을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서울지방항공청이 제 역할을 못 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항로를 모니터링하며 적절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항공교통센터(ACC) 비행정보실이 당시 잘못된 경로로 들어선 헬기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국내법상 시계비행을 하는 항공기에 대해 정보를 알려 줄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사고 헬기는 전주에 있는 칠러(냉난방 공조기기) 공장을 둘러보기 위해 최고기술책임자(CTO) 안승권 사장과 칠러 담당 임직원 3명을 태우러 잠실 선착장으로 가는 길이었다. 헬기는 오전 9시 잠실 선착장을 출발, 9시 50분쯤 전주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당초 이날 오전 8시 35분 김포를 이륙해 잠실 선착장으로 향할 예정이었으나 출발 시간이 오전 8시 46분으로 10분 정도 늦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6일 오전 8시 54분쯤 삼성동 46층짜리 아이파크 아파트 102동 24~26층에 헬기가 충돌해 아파트 화단으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박 기장과 고종진(37) 부기장이 숨졌고, 아파트 21~27층 창문이 깨지고 외벽이 부서졌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13-11-1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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