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대 총학생회 “조삼모사 태도에 분노”…신세계푸드 “계약주체는 학교”
학교식당 밥값 인상에 반대하는 학생들에게 식당을 운영하는 대기업이 보상안으로 ‘선착순 바나나 제공’ 안을 제시해 더 큰 반발을 사고 있다.3일 숙명여대 총학생회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28일 학교식당 앞에서 일방적인 밥값 인상을 반대하며 학생들을 상대로 ‘반값 밥차’를 운영했다.
가격은 학교식당의 반값 수준인 1천500원이었다. 많은 학생이 찬 바람을 맞으며 줄을 서야 했고 일회용 용기에 음식을 담아 벤치에서 끼니를 때웠다.
하지만 총학생회가 준비한 200인분의 음은 한 시간 만에 모두 동났다. 이틀 뒤 총학생회는 250인분의 음식을 준비했지만 역시 남김없이 팔려나갔다.
학생들이 반값 밥차 운영을 시작한 이유는 학생식당 가격 인상을 두고 최근 학생식당을 운영하는 신세계푸드와 벌어진 갈등 때문이다.
신세계푸드는 2학기 개강을 앞둔 지난 8월 말 2천300원∼3천100원이었던 학내 식당 메뉴 가격을 각각 200원씩 인상했고 학생들은 학생회와 협의를 거치지 않은 일방적인 인상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총학생회 측은 “신세계푸드는 올해 초 식당메뉴 가격 인상에 대해 1학기 중에 학생회와 협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8월에 인상안을 통보했을 뿐 협의는 전혀 없었다”며 “학생들을 무시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학생들이 반발하자 신세계푸드는 학내 게시판에 사과문을 올리고 “충분한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못한 점에 대해 유감”이라고 사과했다. 문제는 “사과의 의미로 중간고사 기간에 바나나 500개를 선착순으로 제공하겠다”고 한 데서 불거졌다.
신세계푸드의 보상안 제시에 학생들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신세계푸드는 바나나 수를 1천100개로 늘리고 요구르트까지 추가한 안을 다시 제시했지만 반발은 더 커졌다.
학생회 홈페이지에는 ‘요구르트라니, 여기가 숙명유치원이냐’ ‘요구르트와 바나나로 소통 부족이 해결되나’ 등 비난이 빗발쳤다.
한 학생은 “자신의 잘못을 원숭이 바나나 던져주듯 끝내려는 태도를 참을 수 없다”며 “학생을 얼마나 오만한 시선으로 보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총학생회는 식당메뉴 가격 인상 재논의 등 신세계푸드 측과 합의점을 찾을 때까지 반값 밥차를 계속 운영키로 했다. 반값 밥차는 학생회비로 운영되며 매출액 전액은 장학기금으로 적립된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자체 조사 결과 학생식당 만족도는 꽤 높았으며 식당운영에 반대하는 학생은 일부”라며 “가격 인상은 계약주체인 학교 측과 모두 협의를 끝낸 사안”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