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설거지 시키고 웃돈 요구…보육교사 실습은 ‘도우미 실습’

청소·설거지 시키고 웃돈 요구…보육교사 실습은 ‘도우미 실습’

입력 2013-10-26 00:00
수정 2013-10-2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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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 과정 거쳐야 자격증 취득 지원 늘자 어린이집 “돈 내라” 울며 겨자먹기로 15만원 지불 하루 8시간 중 6시간 허드렛일

보육교사 실습생들이 자격증 취득을 위해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4주간의 보육 실습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데다 어린이집 원장의 ‘갑질’ 행세까지 겹쳐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보육 실습이 청소 등의 허드렛일로 진행되기 일쑤고 어린이집 원장들은 실습생의 처지를 악용해 금전적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내년 3월부터 보육교사 자격증 취득을 위한 필수 이수 과목 수가 현재 12과목에서 17과목으로 크게 늘어 연내에 자격증을 따려는 지원자들이 몰리면서 이 같은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결혼 뒤 7년간 전업주부로 지내다가 올 초 보육교사 자격증 공부를 시작한 주부 한미희(36)씨는 25일 “지난달 보육 실습을 하면서 보육교사 생활에 회의가 들었다”고 토로했다.

전문대를 졸업한 한씨는 사이버대학의 학점은행제를 통해 보육학개론과 아동복지론 등 11개 과목을 이수했고 보육실습 1개 과목만 끝내면 보육교사 2급 자격증을 딸 수 있었지만 실습 장소를 찾는 것이 난관이었다.

30곳이 넘는 어린이집에 문의했지만 한씨를 받아주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어렵게 실습 장소를 구해도 어린이집 원장이 웃돈을 요구했고 보육 실습은 청소부 역할에 그쳤다.

한 어린이집 원장은 “우리는 원래 실습생을 안 받는데 이번만 특별히 받아 주겠다”며 실습비 15만원을 당연한 듯 요구했다. 한씨는 “사이버대학에 이미 보육실습 과목에 대한 수강료를 냈는데 어린이집마다 10만원이 넘는 실습비를 요구하는 것이 황당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한씨는 결국 아파트 단지에 위치한 어린이집에서 실습을 진행했지만 수업 과정은 그야말로 허술했다. 하루 8시간의 실습 시간 동안 선배 보육교사로부터 배우는 시간은 1~2시간 남짓이고, 나머지는 어린이집 청소와 급식통 설거지 등의 허드렛일을 하며 보냈다. 한씨는 “보육실습을 나온 건지 가사도우미 실습을 나온 건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면서 “허술한 실습을 하고 서류만 내면 자격증을 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어린이집이 많지 않은 지방에서는 보육실습을 할 수 있는 기관을 찾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다른 시·도 어린이집에서 합숙하며 실습하는 사례도 없지 않다.

경남 진주에 사는 김모(24·여)씨는 올 2학기 보육실습 기간에 인근의 어린이집이 모두 마감돼 차로 1시간가량 걸리는 통영시까지 실습을 나갔다. 김씨는 “수요 조사를 통해 체계적으로 실습받을 수 있도록 하고, 어린이집마다 실습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어린이집연합회 관계자는 “실습비는 식사비 등 일종의 실비로 협회 차원에서 정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 “실습생들이 충분한 보육 경험을 쌓고 현장의 지식과 경험을 전수받을 수 있도록 어린이집 사이의 편차를 줄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2013-10-2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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