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前총리 ‘1심과 정반대’ 유죄 판결 이유는

한명숙 前총리 ‘1심과 정반대’ 유죄 판결 이유는

입력 2013-09-16 00:00
수정 2013-09-16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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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준 사람 진술 신빙성’ 판단에 따라 결론 달라져

한명숙(69) 전 국무총리가 뇌물수수 사건과 달리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공소사실의 직접 증거인 공여자 진술 신빙성에 대한 법원 판단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한 전 총리는 두 사건의 앞선 네 차례 재판에서 모두 무죄를 받았으나 이날 항소심에서 불구속 기소된지 3년 2개월 만에 실형을 선고받고 의원직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

서울고법 형사6부(정형식 부장판사)는 16일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한만호(55) 전 한신건영 대표의 진술이 믿을만 하고 각종 증거도 공소사실과 간격이 극히 좁다’는 검찰 주장을 사실상 그대로 인용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심이 (한명숙에게 돈을 줬다는) 한만호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한만호가 한명숙이 자신을 도와주지 않은 것에 서운한 감정을 갖고 있었던 점을 원심과 달리 오히려 그의 진술을 믿을 만한 이유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두 사람의 친분 관계나 한만호가 한명숙의 전화번호를 저장한 시점, 자금 공여 장소, 채권 회수 목록 등도 한만호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한다”고 원심과 정반대로 해석했다.

한만호 전 대표의 진술이 믿을만 한지는 1심부터 주된 쟁점이었다. 1심은 “한만호의 진술은 객관적 사실과 맞지 않는 부분, 합리성과 일관성이 없는 부분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를 의식한 듯 검찰은 지난 7월 8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우리가 사건을 조작했다는 선입관을 걷어내고 증거만 봐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변호인은 이에 “검찰이 논리를 비약하고 입증 책임을 무시했다. 공소사실이 성립하려면 무리한 전제 여러 개를 건너 뛰어야 한다”고 맞섰다.

앞서 뇌물수수 사건도 ‘돈 준 사람 진술의 신빙성’이 쟁점이 됐다는 점에서 이날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과 비슷했다.

한 전 총리는 곽영욱(73)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미화 9만달러를 받은 혐의(뇌물수수)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으나 법원은 직접 증거인 곽 전 사장의 진술을 믿지 않았다.

대법원은 지난 3월 “곽 전 사장의 진술은 합리성·객관성이 떨어진다.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된 곽 전 사장이 수사 협조에 따른 선처를 기대하고 허위 진술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3심 모두 무죄였다.

한명숙 전 총리는 실형 선고 직후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결도 항소심처럼 재판부가 한만호 전 대표의 진술을 믿을 만하다고 판단할지에 좌우될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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