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추천위 첫 통과한 검찰총장 조기 사퇴 여파
채동욱 검찰총장이 ‘혼외 아들’ 논란에 휘말려 13일 자진 사퇴하면서 검찰의 정치적 독립 문제를 둘러싼 우려가 재차 대두되고 있다.채 총장은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확보’를 강조했지만 ‘혼외 아들 의혹’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에 휘말려 버티지 못하고 결국 총장직에서 5개월만에 사퇴했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황교안 장관이 채 총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장관이 현직 검찰총장에 대해 감찰을 지시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법무부는 “국가의 중요한 사정기관의 책임자에 관한 도덕성 논란이 지속되는 것은 검찰의 명예와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감찰 배경을 설명했다.
법무부의 갑작스러운 감찰 착수 발표는 검찰 안팎에서 사실상 총장에게 ‘스스로 사퇴하라’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아울러 법무부의 감찰 결정에는 사실상 여권 핵심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검찰 조직의 수장에 대한 감찰을 법무부 장관이 독단적으로 결정한다는 건 선뜻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조선일보가 지난 6일 채 총장의 ‘혼외 아들’ 논란을 처음 보도한 이후 검찰과 정치권에서는 배후 세력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단순히 특정 언론의 개인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검찰이 진행중인 각종 수사 및 재판과 관련해 검찰을 흔들려고 하는 세력 또는 배경이 작용한 결과라는 의심의 눈초리들이 많았다.
실제 채 총장은 조선일보의 보도를 처음 접한 뒤 “조선일보 보도의 저의와 상황을 파악중에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채 총장은 이후에도 “검찰총장으로서 검찰을 흔들고자 하는 일체의 시도들에 대해 굳건히 대처하면서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검찰 본연의 직무 수행을 위해 끝까지 매진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었다.
그간 일각에서는 채 총장 취임 이후 개시된 검찰 수사가 청와대나 여권을 비롯해 국가정보원이나 경찰 등 국가의 핵심 조직에 부담을 줬다며 못마땅해하는 분위기가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국정원 대선·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통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기소하는 과정에서 여권 수뇌부와 척을 졌다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이런 일련의 분위기에서 나온 ‘혼외 아들’ 의혹은 정치권과 특정 언론이 채 총장을 몰아내기 위해 벌인 ‘공작’이란 의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검찰의 정치적 독립은 역대 정권마다 논란이 됐다. 그나마 이명박 정부 하에서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가 만들어져 검찰 조직의 수장인 검찰총장 인선에 정권의 입김을 다소간 줄였다.
채 총장은 검찰총장후보추천위를 통해 임명된 첫 총장이었던 만큼 정치적 독립에 대한 검찰 안팎의 기대가 컸다.
때문에 채 총장이 임명 5개월 만에 확인되지도 않은 의혹으로 물러나게 되면서 자칫 어렵게 시작한 검찰의 독자적 개혁 작업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