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으로 본 황보건설 대표의 로비史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수천만원의 선물을 건넨 의혹을 받는 황보건설의 황보연(62) 대표가 과거에도 사업 과정에서 각종 로비를 벌여 처벌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황씨는 검찰 조사에서 “친분 관계에 따라 선물을 건넸을 뿐”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지만 과거 그의 이력에 비추면 의심의 눈초리를 쉽게 거둘 수 없다.
4일 대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황씨는 지난 1996년 폐기물처리업을 할 당시 서대문구 충정 1-3구역 주택 개량 재개발추진위원회 총무인 임모씨에게 업체 선정 청탁 대가로 5천만원의 당좌수표를 건넸다.
황씨는 당시 임씨에게 재개발사업의 건물 철거 및 잔재처리공사 시공업체로 선정해 달라는 청탁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황씨는 이 청탁 이후 재개발추진위로부터 시공업체로 선정됐다.
그러나 결국 비리가 밝혀졌고 황씨는 배임증재 혐의로 기소돼 1997년 4월 당시 서울지방법원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이 판결은 항소심과 상고심을 거쳐 그 해 12월 그대로 확정됐다.
황씨에게서 돈을 받은 임씨도 기소돼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및 추징금 5천만원을 선고받았다.
황씨의 로비 작업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황씨는 지난 2004년 용산구청 공무원 김모(63)씨에게 ‘한강로 주상복합빌딩 토목공사 등을 수주받게 도와주고 이후 각종 민원을 해결해달라’는 청탁을 했다.
그 대가로 황씨는 김씨의 전처에게 2천500만원을 건넸고, 당시 용산구청장이 회장직을 맡고 있던 용산구 충청향우회 송년의 밤 회식비 1천500만원도 대납한 것으로 드러났다. 황씨는 서초구 주민이라 가입자격이 없는데도 용산구 충청향우회에 가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골프 접대도 등장한다.
황씨는 김씨에게 혼마 중고 골프채 3개와 테일러메이드 골프채 1개를 건넸고 600여만원에 달하는 라운딩비도 냈다. 필리핀으로 골프를 치러 가는 김씨를 위해 항공료와 현지 숙박비 명목으로 300만원도 건넸다.
청탁을 받은 김씨는 당시 용산구 내 주상복합빌딩 공사를 맡은 K사 임원에게 황씨를 소개했다. 황보건설은 K사 규정상 협력업체로 등록될 수 없었지만 로비 덕분에 특별인가 형식으로 협력업체로 등록해 흙막이 토목공사를 낙찰받게 된다.
이 밖에도 황씨는 김씨에게 로비한 덕분에 용산구청 관내에서 시행되던 대규모 공사에서 각종 토목공사를 따낼 수 있었다.
황씨의 로비행위는 2006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의 수사로 들통났다.
그는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돼 2006년 12월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 벌금 4천만원으로 감형을 받았다.
황씨는 최근 다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의 수사를 받고 있다.
그는 최근 수년간 분식회계를 통해 회삿돈 수십억원을 빼돌린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역시 이 과정에서 공사 수주를 위해 원 전 원장 등 전 정권의 핵심 실세들에게 각종 로비를 벌인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 3일 황씨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황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5일 오전에 열린다.
황씨의 수사 과정에서 어떤 핵폭탄급 비리들이 드러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