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내정자 미리 낙점… 채점 조작·규정 무시 등 치밀한 비리

입학 내정자 미리 낙점… 채점 조작·규정 무시 등 치밀한 비리

입력 2013-05-21 00:00
수정 2013-05-21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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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훈·대원 국제중 감사결과… 조직적 입시부정 실태

“국제중 승인 취소하라”
“국제중 승인 취소하라” 진보성향 교육 단체들로 구성된 서울교육단체협의회 관계자들이 20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시 비리가 드러난 서울 영훈·대원 국제중에 대한 관선이사 파견과 국제중 승인 취소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어캠프와 학부모 면담을 통한 입시 전 입학 적격자 내부 선정, 입학 적격자 합격을 위한 채점 조작, 특별전형 탈락으로 자격이 박탈된 수험생의 일반전형 재응시….

국제중의 조직적인 입시 비리는 광범위하고 치밀하게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입학 내정자 명단을 미리 만들고,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이 비경제적 사회적배려대상자로 영훈국제중에 입학할 수 있었던 사례 등이 단순히 제도의 허점 때문이 아니라 치밀한 조작 계획에 따라 파생된 결과물이었던 셈이다. 부정 입시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학교법인 관계자 11명이 검찰 조사를 받게 됐지만 이로 인해 올해 신입생의 입학이 당장 취소되지는 않는다고 시교육청이 밝혔다.

20일 서울시교육청의 영훈학원 및 대원학원과 소속 학교에 대한 종합감사 결과에 따르면 입시는 미리 낙점된 학생을 뽑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영훈·대원국제중은 입학전형 서류 심사 때 지원자 이름과 수험번호 등 인적 사항을 가리지 않아 ‘누구의 아들’인지 마음만 먹으면 알 수 있게 했다. 대원국제중은 특별전형인 차세대리더전형에 지원하면 일반전형에 재응시할 수 없는 규정을 무시했다. 올해 입학생 중 특별전형 탈락자 20명 전원이 일반전형에 재응시해 5명이 최종 합격했다.

영훈국제중은 입학전형 채점을 조작했다. 중학교 입시생인 초등학교 6학년생 대상 여름 영어캠프에서 ‘입학 적격자’와 ‘입학 부적격자’를 추려냈다. 비경제적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에서는 입학 부적격자의 점수를 깎아서 적격자를 합격시키는 수법을 써 3명을 부정 입학시켰다.

조승현 시교육청 감사관은 “비경제적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에서 일부 학생이 주관적 영역 만점을 받고도 합격권인 16위 안에 들지 못하자 다른 지원자의 점수를 깎아 이들을 합격시켰다”고 말했다. 이 전형을 통과한 이 부회장의 아들과 관련해 조 감사관은 “특정인 정보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시교육청은 검찰 수사를 지켜본 뒤 부정 입학에 대한 처벌 여부나 수위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조 감사관은 “검찰 수사에서 성적 조작과 금품 수수 등에 대한 전모가 밝혀지면 해당 학생은 입학 취소 등 학칙에 따라 조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입학 취소 조치가 당장 이뤄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범행을 주도한 교감 등이 누군가를 붙이기 위한 성적 조작은 없었다고 진술해 입학 취소 학생을 특정하기 어렵다”면서 “대원국제중 일반전형에 재응시한 학생들은 당시 학교 방침을 따른 것이어서 학생들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감사 과정에서 영훈국제중의 2011~2013년 신입생 입학전형 개인별 채점표가 폐기된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 측이 감사에 앞서 관련 자료를 일부러 폐기했다는 의혹과 함께 부실 감사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남규 전국교직원연합 서울지부장은 “국제중 비리의 핵심이 편입학, 뒷돈 입학 비리인데 시교육청 감사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형태 서울시 교육위원은 “대원국제중 의혹에 대해서는 더 부실하게 감사가 이뤄졌다”면서 “대원국제중이 문용린 교육감 선거를 도와줬기 때문에 시교육청이 노골적으로 감싸는 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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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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