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모두 수사할 수 있고 형사처벌 피해도 민사소송 남아

한·미 모두 수사할 수 있고 형사처벌 피해도 민사소송 남아

입력 2013-05-11 00:00
수정 2013-05-11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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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경찰에 접수된 성추행 신고   8일 낮 12시 30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경찰국에 ‘SEX ABUSE’(성추행)라는 제목으로 접수된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의 성범죄 관련 신고접수 보고서. 56세 남성으로만 적힌 보고서엔 ‘사건 현장에서 허락 없이 엉덩이를 움켜쥐었다(grabbed)’는 피해 여성의 진술 내용(붉은 선)이 적혀 있다.  워싱턴 연합뉴스
美경찰에 접수된 성추행 신고

8일 낮 12시 30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경찰국에 ‘SEX ABUSE’(성추행)라는 제목으로 접수된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의 성범죄 관련 신고접수 보고서. 56세 남성으로만 적힌 보고서엔 ‘사건 현장에서 허락 없이 엉덩이를 움켜쥐었다(grabbed)’는 피해 여성의 진술 내용(붉은 선)이 적혀 있다.

워싱턴 연합뉴스
20대 재미교포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미국 현지 경찰에 입건된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의 신병 처리와 사법 처리 절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미 수사기관은 통상 형법상 속지(屬地)주의와 속인(屬人)주의에 따라 사건을 처리한다. 이번 사건은 속지주의에 따라 미국에서 수사를 하고 있다. 윤씨가 현재 한국에 있기 때문에 속인주의에 따라 한국에서도 수사를 할 수 있다. 양국 모두 속지주의·속인주의를 적용해 두 원칙이 다소 충돌해도 심각한 문제는 생기지 않을 전망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미국 경찰이 윤 대변인의 혐의가 중대하다고 판단할 경우 직접 수사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미국 경찰은 현재 사건 조사서에 윤 대변인의 죄목을 ‘성 경범죄’(sexual abuse misdemeanor)로 표기하고 있다. 미국 검찰이 180일 이내의 징역을 구형할 수 있는 죄목이다. 한·미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르면 양국 간 범죄인 인도 요청은 1년 이상 징역형에 처하는 범죄에 대해서만 가능하다. 법무부는 “공식적으로 미국 측의 형사공조 요청이 오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 경찰이 혐의가 경미하다고 판단할 경우 한국 수사기관이 미국 경찰의 여성 피해자 조서 결과를 넘겨받아 혐의 여부와 처벌 수위 등을 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강제추행은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기소가 가능한 ‘친고죄’이지만 수사 자체를 진행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윤 대변인이 국내에 들어와 있어 조사나 사법처리 절차는 비교적 간단할 전망이다. 하지만 수사가 끝날 때까지 피해 여성의 고소장 등이 국내 사법당국에 접수되지 않으면 기소 자체가 불가능해 사법 처리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윤 대변인이 국내에서 처벌을 받더라도 피해자가 미국 시민권자인 만큼 현지에서 민·형사 절차는 다시 밟게 될 가능성이 있다. 2007년 대선 정국을 휩쓸었던 ‘BBK 사건’이 이와 유사하다. ‘BBK 사건’의 핵심인 김경준씨는 국내에서 형사처벌을 받았지만 미국에서도 민형사 소송이 진행됐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13-05-1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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