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들고 강제로 성관계 한 남편, 檢 “범죄행위” vs 변호인 “사생활” 공방

흉기들고 강제로 성관계 한 남편, 檢 “범죄행위” vs 변호인 “사생활” 공방

입력 2013-04-18 00:00
수정 2013-04-1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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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강간죄 성립하나…대법원 공개변론 치열한 법리공방

결혼을 하고 혼인신고까지 한 부부간의 강간을 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18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는 ‘부부 강간 사건’을 둘러싼 검찰과 변호인 측의 치열한 공방이 오고 갔다. 지금까지 법원은 부부관계가 파탄에 이르러 혼인관계를 지속할 수 없거나 사실상 이혼에 합의한 상황에 한해 강간죄를 인정했을 뿐 혼인관계가 정상적으로 유지된 상태에서 부부간 강간죄를 인정한 판례는 없다.

 
A(45)씨는 2001년 B(41·여)씨와 결혼해 두 명의 자녀를 뒀다. A씨 가족의 생활은 순탄한 듯했으나 2008년부터 아내의 늦은 귀가를 두고 부부싸움이 잦아졌고, 급기야 A씨는 2011년 11월 말다툼 끝에 흉기로 B씨를 위협하며 강제로 성관계를 가졌다. A씨의 이런 행동은 이틀 뒤 또 반복됐다. 검찰은 이런 A씨를 특수강간죄로 기소했다. 1심 법원은 부부 사이에도 강간죄가 성립한다고 보고 징역 6년에 전자발찌 부착 10년을 선고했고, 2심 법원도 유죄는 인정했으나 형량은 3년 6개월로 낮췄다.

 하지만 A씨 측은 지금까지 법원이 정상적인 부부간의 강간을 죄로 인정한 적이 없었음을 강조하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A씨 측 신용석 변호사는 이날 공개변론에서 “법원은 60년 이상 부부 강간죄를 인정하지 않았다”면서 “해석을 통해 처벌범위를 넓히는 것은 예측 가능한 범위를 벗어났다”고 주장했다. 또 “부부 강간죄는 실체적 진실 발견이 어려운 만큼 이를 인정한다면 대부분의 이혼 사건에서 부부 강간이 주장되는 등 악용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부부생활은 가장 은밀한 사생활에 해당하고 성범죄는 살인죄보다 형벌이 무겁다”면서 “부부 강간까지 인정하는 것은 형법의 보충성을 벗어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호인 측 참고인으로 나선 윤용규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부산지법에서 부부 강간을 인정한 판결(실질적 부부관계는 아닌 사건)을 예로 들며 “당시 유죄판결을 받은 남편은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부부간의 문제를 반드시 형벌로 규제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교육 등 다른 방법을 우선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 측 대표로 나온 이건리 대검 공판송무부장은 “형법에서 강간죄의 객체는 부녀(婦女)”라면서 “법률상 아내를 강간죄의 객체에서 제외할 이유는 없다”고 맞섰다. 검찰 측 참고인인 김혜정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가가 내밀한 사생활에 함부로 개입해서는 안 되지만 폭력과 협박까지 사생활로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공개변론 내용을 바탕으로 법리를 검토한 뒤 선고기일을 지정할 예정이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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