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참이슬 제조과정 안전성 확인 ‘면죄부’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소주에서 경유 성분이 유입된 경로에 대해 수사를 벌인 경찰이 아직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다.세척된 공병에 소주가 담겨 출고될 때부터 음식점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조사했지만 큰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중간 수사결과 발표로 진로 측은 제조 과정의 안전성이 확인돼 ‘면죄부’를 받았지만 ‘경유 소주’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히 남게 됐다.
◇”진로 제조공장 문제없다”…경찰, 면죄부 준 이유는
경찰은 ‘경유 소주’의 발단이 된 청주의 한 음식점이 보관하던 소주 11병과 최초 제보자 이모씨 일행이 뚜껑을 연 소주 4병을 수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성분 분석을 의뢰했다.
그 결과 미개봉 소주 5병과 개봉 소주 3병의 내·외부에서 소량의 경유 성분이 검출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경찰은 지난 4일 진로 소주공장에 수사팀을 보내 제조 및 유통 과정의 문제점을 중점적으로 수사했다.
경찰은 수사 결과 소주 제조공정에서는 경유가 쓰이는 곳이 전혀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경찰에 따르면 원료 투입부터 소주 주입 때까지 모든 공정이 밀폐된 배관으로 이뤄졌다.
휘발성 성분이 남아있을지 모를 빈병 세척 역시 병당 35분간 이뤄져 완벽하게 처리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이 공장 내에 경유가 쓰이는 시설이 두 곳 있지만 제조공정과는 무관한, 독립된 시설이라는 게 경찰 설명이다.
◇유통과정 ‘의심’…”도매상, 소주와 경유 함께 보관”
출고된 소주는 물류센터와 주류 도매상사를 거쳐 음식점으로 유통된다.
이 가운데 물류센터는 소주를 창고 외부에서 보관했던 것으로 밝혀져 용의선상에서 벗어났다.
음식점 역시 도매상에서 소주를 가져오는 즉시 냉장고에 넣고 석유난로 등을 쓰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경유 성분이 유입됐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경찰은 결론냈다.
경찰은 음식점 등 소매상에 소주를 판매하는 주류 도매상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심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사건 발생 직후까지 주류도매상의 보관 창고 안에 유류 저장탱크가 있었고, 주류 운반에 쓰이는 지게차 연료인 경유를 통에 담아 보관했기 때문이다.
통에 담긴 경유가 일부 흘러내려 소주병 라벨에 묻고 이 성분이 기화하면서 밀봉된 소주병 안에 스며들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한 경찰관은 “이런 가능성에 대해 실험 등을 통해 입증하지 못했지만, 도매상사 쪽에서 휘발성 성분이 병 안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소주병 밀봉 기술 개선 시급
경찰이 소주 제조 공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함에 따라 경유 성분의 소주병 유입과 관련, “제조 공정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온 진로 측의 해명이 설득력을 얻게 됐다.
진로 측은 이번 사고 이전부터 뚜껑을 개봉하지 않은 소주병이라 하더라도 휘발성 성분이 유입될 수 있으니 보관에 주의해 달라고 주류 도매상에 주문해왔다고 밝혔다.
소주병을 휘발유나 경유 등 석유제품과 함께 보관하면 공기 중의 미세한 휘발성 성분이 밀봉된 병 뚜껑 부분을 통해 스며들 수 있다는 게 진로 측 설명이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진로 측은 ‘경유 소주’ 논란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위험성을 알면서도 그동안 소주 병뚜껑을 허술하게 만들었다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휘발성 성분이 아닌 유독화학물질이 스며드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했다면 애주가들에게 소주가 ‘독주’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류도매상의 안전 관리 역시 최종 소비자에게 안전하게 공급해야 하는 주류업체에게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뒤 진로 측은 모든 주류의 병 뚜껑에 기술적 한계가 있다며 병 뚜껑 기술 개선이 가능한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진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경유 소주 논쟁은 진로뿐 아니라 ‘안전한 먹을거리’를 고객에게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는 모든 주류업계의 숙제인 셈이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