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 울리는 요양기관… 항의하면 “나가”

요양보호사 울리는 요양기관… 항의하면 “나가”

입력 2013-04-08 00:00
수정 2013-04-08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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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처우개선비 月10만원 받으니 월급 깎겠다”

요양보호사 A씨는 지난해 말 일하고 있던 장기요양기관으로부터 ‘사직서를 쓴 뒤 다시 근로계약서를 쓰라’는 요구를 받았다. “내년(2013년) 3월부터 처우개선비 10만원이 지급되니 월급을 10만원 정도 깎겠다”는 얘기였다. A씨가 항의하자 해당 기관은 A씨에게 일을 주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퇴직을 종용했고 결국 A씨는 일을 그만뒀다.

보건복지부가 요양보호사의 열악한 근로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지급하는 처우개선비의 일부가 장기요양기관의 몫으로 새나가고 있다. 정부가 기관을 통해 요양보호사들에게 처우개선비를 지급하는 과정에서 기관들이 급여를 삭감하는 등의 방법으로 자기들 잇속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7일 복지부 등에 따르면 요양보호사들은 지난달부터 월 160시간을 일할 경우 최대 월 10만원까지 처우개선비를 받고 있다. 장기요양기관이 요양보호사들에게 처우개선비를 지급한 후 증빙 서류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제출하면 공단이 수가에 포함해 기관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돌봄지부와 전국요양보호사협회에 따르면 일부 장기요양기관에서 처우개선비 ‘배달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기관들이 처우개선비만큼 기본급을 삭감하거나 합의된 임금 인상을 처우개선비 증액을 이유로 파기하는 식이다. 처우개선비만큼의 급여를 퇴직금 명목으로 적립하는 곳도 있다. 돌봄지부와 협회는 지난 2월부터 한달간 수도권 지역에서 처우 개선 설명회를 개최하며 이런 사례들을 제보받았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기관으로부터 처우개선비 지급 이전과 이후의 급여 지급 내역을 받고 있다. 기관이 처우개선비를 실제로 지급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돌봄지부 관계자는 “기관들은 지난해 말부터 급여 삭감 등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처우개선비가 지급된 후 마치 급여가 오른 것처럼 꾸미고 있다”고 말했다. 상당수 요양보호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근로계약서에 사인을 했고 일부는 사인을 거부한 채 기관에 맞서고 있다.

돌봄지부와 협회는 처우개선비를 요양보호사들에게 직접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기관들이 건보공단으로부터 받는 수가로 인건비 등 운영비를 충당하는 구조여서 보험제도 자체의 큰 틀을 바꾸지 않는 이상 직접 지급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복지부의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3월분 급여가 지급되는 이달부터 현장 조사를 통해 처우개선비 지급 실태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2013-04-0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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