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증거불충분…파기환송심 피해자 돌연사·자살 가능성 추가 조사
2010년 부산에서 발생한 ‘시신없는 살인’사건은 명확한 타살 증거가 없고 살인과 관련된 정황증거만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특히 항소심 재판부가 살인을 입증할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하고 대법원에서는 심리가 더 필요하다는 취지로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내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부산고법 제2형사부(이승련 부장판사)는 27일 보험금을 노리고 노숙인을 살해해 화장한 뒤 자신의 시신인 것처럼 속인 혐의(살인 등)로 기소된 손모(43·여)씨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무기징역를 선고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피해자 김모(26·여)씨가 살해됐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김씨가 지병으로 돌연사하거나 자살했을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돌연사나 자살 가능성은 손씨가 결백을 주장하며 강력히 제기했던 부분이다.
재판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김씨가 다니던 병원인 대구의료원에서 김씨의 돌연사와 자살 가능성에 대한 의학적인 소견을 구했고 노숙인 쉼터에서 김씨와 함께 생활한 사람을 증인으로 세워 추가 조사를 했다.
재판부는 일단 김씨가 2010년 6월 16일 쉼터가 있는 대구를 떠나 다음날 새벽 부산에서 사망하기까지 손씨와 함께 있어 제3자에 의해 타살됐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국과수 등의 소견과 노숙인 쉼터 측의 진술 등을 종합한 결과 김씨가 돌연사하거나 자살했을 가능성도 거의 없는 것으로 결론내렸다.
대신 피고인이 인터넷으로 독극물인 메소밀을 반복적으로 검색했고 사건 발생 2주 뒤 피고인이 자살소동을 벌일 때 메소밀을 갖고 있었던 것에 주목했다.
메소밀이 비교적 소량으로 짧은 시간 안에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독극물로 물이나 맥주 등에 탈 경우 냄새나 색깔, 맛 등으로 알아채기 어렵다. 메소밀을 먹으면 입에서 과도하게 침이 흘러내린다는 국과수의 소견도 참고했다.
손씨는 당시 김씨와 함께 맥주를 마셨다고 진술했고 김씨가 응급실에 실려 왔을 때 가슴까지 많은 양의 침이 흘러나온 흔적이 발견됐었다.
손씨는 별다른 직업도 없이 사건 발생 3개월 전에 여러개의 보험을 집중적으로 가입했고 매월 300만 원에 달하는 보험료를 납부했다.
손씨가 독극물과 살인방법, 사망신고절차, 사망보험금 등을 여러 차례 검색한 점, 김씨가 숨지기 전날에 질식사를 검색한 점, 김씨에게 자신이 일하는 집에 취직시켜 월급도 많이 주고 대학도 보내서 자격증을 따게 해주겠다고 거짓말을 한 점 등도 유죄로 판단된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이같은 이유를 들어 손씨가 경제적인 문제 등을 일거에 해결하려는 동기에서 처음부터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노숙인 김씨를 유인해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1심 무기징역, 항소심 살인 혐의 무죄, 대법원 파기환송에 이어 다시 무기징역을 받은 손씨는 다시 상고해 대법원을 판단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 내부에서는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이 나오면 안된다’는 명제 때문에 이번 사건의 유무죄에 대한 판단과 관련해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