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하, 머리 맞아 숨진 뒤 추락”… 약사봉 미스터리, 정국 재점화

“장준하, 머리 맞아 숨진 뒤 추락”… 약사봉 미스터리, 정국 재점화

입력 2013-03-27 00:00
수정 2013-03-27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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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사인조사위 감식결과 발표

“머리를 가격당해 이미 숨진 상태에서 추락했다.”

서슬 퍼런 유신정권에 맞서 투쟁하다 의문 속에 숨진 장준하(1918~1975) 선생이 타살당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정밀 감식 결과가 나왔다. 1975년 8월 17일 장 선생 사망 당시 “등산 도중 단순히 발을 헛디뎌 추락해 두개골이 파열되면서 사망했다”고 밝혔던 검찰의 입장과 배치되는 결과다. 법의학자가 유골을 정밀 감식해 타살 가능성을 제기한 것은 처음이다. 야권은 장 선생 사인의 재조사를 촉구하는 등 정국 현안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장준하 선생 사인진상조사 공동위원회는 26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골 정밀감식 결과를 발표했다. 정밀감식은 법의학자인 이정빈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가 주도했으며 컴퓨터 단층촬영(CT), DNA 검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됐다.

이 교수는 “장 선생의 머리뼈와 엉덩이뼈(관골)가 추락으로 인한 충격으로 동시에 손상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머리를 가격당해 목이 부러지면서 즉사했고 이후 누군가 벼랑 밑으로 내던졌거나 추락해 엉덩이뼈가 손상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단순 실족사로 보기 어려운 이유로 우선 어깨뼈 손상이 거의 없다는 점이 제시됐다. 이 교수는 “만약 절벽에서 떨어져 머리와 엉덩이뼈가 동시에 함몰됐다면 이 사이에 있는 어깨뼈가 멀쩡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엉덩이뼈는 가격당해서는 잘 골절되지 않는다. 추락에 의한 골절이 확실해 보인다”면서 “장 선생이 머리를 가격당해 숨진 뒤 절벽 아래로 추락해 엉덩방아를 찧듯 땅 위로 떨어졌어야 지금처럼 유골이 훼손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검에 피를 흘린 자국이 거의 없었다는 점도 타살 가능성을 높이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살아 있는 상태에서 발을 헛디뎌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면 추락해 숨지기 전까지 피를 많이 흘렸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출혈이 별로 없었던 것으로 볼 때 사망한 뒤 절벽 아래로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머리에 강한 외부 충격이 가해져 즉사하면 혈액순환이 멈춰 출혈이 발생하지 않는다.

또 ▲추락해 오른쪽 머리뼈가 함몰됐다면 반대편인 왼쪽 안와(안구 주위 뼈)가 함께 손상됐어야 하지만 뼈가 깨끗한 점 ▲뇌 오른쪽에 손상된 흔적이 있는데 외상 부위와 뇌 손상 부위가 같은 것은 추락이 아닌 가격당했을 때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점 등을 들어 머리를 얻어맞아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머리뼈를 가격한 물체는 망치보다는 둥근 큰 돌이나 아령 같은 것으로 추정했다.

이 교수는 또 “추락하면서 바위 등에 긁힌 상처가 몸에 없는 것으로 볼 때 장 선생이 애초 알려진 것과 달리 약사봉 계곡 지면 위로 미끄러져 떨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결과 발표 뒤 “국민대책위의 의뢰를 받고 전문가로 참여한 것일 뿐 정치적 의도는 없다”면서 “오히려 의뢰를 거절했다면 정치적인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2013-03-2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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