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다툼 중 정신병자로 몰아”…‘억울한 감금’ 4년새 8배 늘어

“재산다툼 중 정신병자로 몰아”…‘억울한 감금’ 4년새 8배 늘어

입력 2013-02-08 00:00
수정 2013-02-08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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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신보호 청구 작년만 278명 법원 인용 따라 414명 풀려나

2010년 2월 경남에 사는 김모(54)씨에게 정체를 알 수 없는 건장한 체격의 남자들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김씨를 다짜고짜 묶은 뒤 구급차에 태웠다. 김씨가 도착한 곳은 경북 김천의 한 정신병원. 영문도 모른 채 정신병원에 갇힌 김씨는 법원에 ‘억울하게 갇혀 있으니 풀어달라’며 인신보호 청구를 했다. 법원은 김씨와 병원장 등을 불러 입원 경위를 조사한 뒤 “입원 과정에 부당함이 있었다”며 김씨를 풀어줄 것을 병원에 명령했다. 김씨는 법정에서 “형이 상속재산을 독차지할 목적으로 나를 강제로 입원시켰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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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 장애가 있는 최모(67)씨는 1983년 아내 김모(67)씨 의해 무허가 정신병원에 강제로 수용됐다. 병원 측은 보호자인 김씨의 동의가 없다며 다른 가족들의 퇴원 요청을 들어주지 않았다. 최씨는 결국 24년 만인 2006년 동생의 도움으로 간신히 퇴원했다. 그러는 동안 14회에 걸쳐 전국 각지의 정신병원을 떠돌아다녀야 했다. 퇴원 후 정신감정을 받았지만 장애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

금전 문제 등으로 가족을 정신병원, 기도원 등에 강제 입원시키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법원에 인신보호를 청구하는 건수도 크게 늘고 있다. 이 제도가 처음 시행된 2008년 16명이 풀려난 데 이어 지난해에는 8배에 가까운 124명이 풀려났다.

인신보호 청구제도란 잘못된 행정처분이나 다른 사람에 의해 억울하게 정신병원, 요양소, 기도원 등의 수용시설에 입원·감금된 사람을 풀어달라고 법원에 청구하는 제도다.

7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연도별 인신보호 청구 인원은 시행 첫해인 2008년 26명, 2009년 122명, 2010년 198건명, 2011년 246명, 지난해 278명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인신보호를 청구한 피수용자들은 그나마 수용 환경이 좋은 편”이라면서 “외부에 연락도 취할 수 없는 사람들을 따지면 실제로 억울하게 감금된 사람은 겉으로 드러난 수치보다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총 414명이 법원의 ‘인용’ 결정 등을 통해 풀려났다. 하지만 강제 입원 등으로부터의 인권보호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정신병원 등의 수용 절차가 미국, 영국 등에 비해 단순하고 인신보호 청구가 절대적으로 수용된 당사자들에 의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현행 정신보건법에 따르면 보호의무자(가족 등) 2명이 동의하고 정신과 전문의가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본인 동의 없이 강제로 입원시킬 수 있다. 하지만 미국 등은 원칙적으로 강제 입원이 불가능하고 긴급히 입원시키더라도 72시간 안에 법원에 소명서를 내도록 하고 있다.

제도 도입 당시 인신보호 청구 대상자는 피수용자 본인과 법정대리인, 후견인, 배우자, 직계혈족, 형제·자매, 동거인, 고용주로 한정됐으나 법원은 대부분 피수용자와 이해 당사자들이 수용을 의뢰한다고 보고 2010년 병원 등 시설 근무자도 피수용자를 대신해 구제 청구를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정신병원 피해자 인권찾기 모임’의 정백향 대표는 “우리나라는 의사 1명의 소견만 있으면 강제 입원이 가능한데 영리를 목적으로 한 정신병원이 정신 감정도 하지 않은 채 입원시키는 경우가 상당수”라면서 “우리나라도 미국, 독일처럼 정신병원 입원에 앞서 법원이 타당성 여부를 가리는 등 입원심사위원회 같은 기구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또 “법원에서 인신보호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불법 수용된 사람들 대부분은 외부와의 연락도 통제된다”면서 “정신병원에 대한 관리·감독권을 가진 지자체의 전수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시는 최근 가족에 의한 강제 입원이 사회 문제로 떠오름에 따라 시가 운영하는 5개 정신병원을 대상으로 억울한 수용자를 찾아내기 위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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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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