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진아 하늘에서 이불은 덮고 자니?”

“혜진아 하늘에서 이불은 덮고 자니?”

입력 2012-12-24 00:00
수정 2012-12-2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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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진ㆍ예슬사건 5주기 추모식

“널 안고 잘 때가 제일 행복했었는데... 이렇게 추운날 널 먼저 보낸 나를 용서해라”

’안양 초등학생 살해사건’의 피해자 혜진(당시 10세)ㆍ예슬(당시 8세)양이 실종된 지 5년째를 맞은 24일 오전. 혜진양이 잠들어 있는 안양시립 청계공원 묘지에서 피해 아이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5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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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경기도 안양시립청계공원묘지에서 ‘안양 초등학생 혜진·예슬 양 5주기’ 추모식이 열려 혜진 양의 아버지가 묘소 앞에서 딸의 이름을 쓰다듬고 있다. 혜진·예슬양은 2007년 성탄절 선물을 사러 나갔다가 정성현(43)에 유괴돼 이듬해 3월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왔다. 연합뉴스
24일 오전 경기도 안양시립청계공원묘지에서 ‘안양 초등학생 혜진·예슬 양 5주기’ 추모식이 열려 혜진 양의 아버지가 묘소 앞에서 딸의 이름을 쓰다듬고 있다. 혜진·예슬양은 2007년 성탄절 선물을 사러 나갔다가 정성현(43)에 유괴돼 이듬해 3월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왔다.
연합뉴스
공원묘지 관리소에서 만난 혜진양 아버지 이창근(51)씨는 1년 만에 딸을 만나러 가는 길이지만 아직도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다. “이제 잊을 때도 됐다”고들 하지만 이씨에게 혜진이는 낫지 않을 상처이자, 사라지지 않을 흉터일 뿐이다.

(사)전국미아ㆍ실종가족찾기시민의 모임 관계자들이 혜진양 묘비에 생전 혜진양이 좋아하던 콜라와 과자, 초콜릿 케익 등을 놓고 간이 제사상을 차린 뒤 향을 피우자 곧 추모식이 시작됐다.

이씨는 1년 만에 만난 딸의 묘비가 눈에 덮힌 게 못내 안쓰러운 듯 뒤돌아 오열했다. 한참 눈물을 흘리던 이씨는 애써 호흡을 가다듬고는 다시 추모행사에 함께 했다.

고인에게 절한 뒤 무릎을 꿇고 앉은 이씨는 “이 추운 날씨에 위에서 얼마나 춥니. 널 안고 잘때가 제일 행복했었는데 넌 이제 내 옆에 없다”며 “널 먼저 보낸 죄인이 더이상 무슨 말을 하겠니. 지금 있는 그곳에서 행복하게 살아라”고 다시 눈시울을 붉혔다.

경희중 밝은사회봉사단 등 학부모 모임 관계자들도 혜진양 묘비를 맨손으로 닦아 내는 이씨를 보며 어깨를 들썩였다.

대구 개구리소년 사건과 안양 초등학생 살해사건 피해자들을 위한 추모식을 매년 개최하고 있는 전국미아ㆍ실종가족찾기 모임 나주봉 회장은 “이씨와 같이 가족을 잃은 분들이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그들을 돕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며 “여성이나 아동 관련 범죄자들을 엄벌하는 등 제도적인 개선을 통해 비극을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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