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경찰 ‘장애女 보복살해’ 60대男 구속영장 신청
대전 장애 여성 보복살해 사건의 용의자는 과거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구호활동을 펼쳤던 것으로 드러났다.10년의 시간차로 장애인을 상대로 거푸 살인을 저지르면서 시민과 지역 장애인 단체의 분노를 사고 있다.
◇경찰, 용의자 구속영장 신청 = 대전 서부경찰서는 9일 지체장애 여성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 등)로 성모(61)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성씨는 전날 오후 4시께 충북 옥천군 군북면 증약리의 한 버스정류장 앞 도로에서 공개수배 전단을 본 시민의 제보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검거됐다.
그는 20여년 전 자녀와 함께 옥천에 거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씨는 다른 장애 남성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아 복역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여성 A씨가 수사기관에 성씨의 범행과 관련한 중요 진술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1차 조사 결과 성씨가 (A씨에게) 앙심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두 얼굴의 ‘보호자’ = 경찰과 사법당국에 따르면 성씨는 1980년대 중반부터 16년간 극빈자와 장애인 구호활동을 펼쳤다. A씨도 이 과정에서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1997년 4월께부터 A씨와 함께 지낸 성씨는 이듬해 9월께 알코올성 치매를 앓고 있던 이모(당시 51)까지 식구로 맞았다.
성씨는 얼마 안 되는 보조금을 쪼개 두 사람을 보호하며 ‘열심히’ 살았다.
그러나 불과 2년도 채 안 돼 그는 돌변했다.
자신도 알코올의존증후군을 갖고 있던 성씨는 2000년께부터 A씨와 이씨에게 손찌검하기 시작했다. 술에 취한 채였다.
급기야 2002년 10월에는 이씨에게 둔기를 휘두르고 발길질해 숨지게 했다.
이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던 성씨는 항소심에서 알코올의존증후군과 기질적 인격장애 등이 참작돼 징역 4년으로 감경됐다.
◇참혹한 진실의 대가 = 성씨가 저지른 상해치사 사건의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A씨는 발생 직후 1차 진술에서 성씨를 감쌌다. 그러나 그 뒤에는 보이지 않는 성씨의 협박이 있었다.
2개월 뒤 진행한 2차 경찰진술에서 A씨는 “성씨가 거짓말을 시켰다. 너무 죄송하다”며 성씨의 범행에 관해 털어놨다. ‘마치 두 얼굴 같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후 뚜렷한 타살 혐의점이 없어 공전을 거듭하던 수사는 2004년 A씨의 3차 진술 등을 토대로 구체화했다. 법원의 주요 증거가 된 A씨의 진술로 성씨는 2005년 12월 대전고법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앞서 성씨는 이 사건과는 별개로 2000∼2003년 A씨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로 징역 1년6월과 치료감호의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모두 ‘진실’을 알고 있던 A씨와 얽힌 일이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성씨는 A씨 때문에 교도소에 갔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인격장애 등으로 의사결정 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진 성씨가 A씨에게 보복심을 기르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A씨는 지난 3일 자신을 뒤따라 집으로 들어온 성씨에 의해 희생됐다.
◇’法·警’에 비난 화살 = 시민과 지역 장애인단체는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과 경찰의 안일한 대처가 부른 참극’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심신미약이 양형에 있어 전가의 보도처럼 광범위하게 참작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민 김모(33·여)씨는 “아무리 생각해도 데리고 있던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저지른 범행에 징역 4년은 지나치게 약한 판결”이라며 “이 때문에 교화는 커녕 증오심만 더 키우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시민단체는 A씨가 9월께 경찰에 상담을 요청했던 사실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애인단체의 한 관계자는 “경찰이 3개월 동안 조처를 하지 않아 결국 여성이 살해됐다”며 감사 요구 등 대응 방침을 의논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당시 상담을 진행한 경관이 신변보호 제공 여부를 물었으나 다른 곳에 머무를 예정이라며 거절한 것으로 안다”는 입장을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