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 묘가 사라졌네?”…부산의 황당한 후손들

“조상 묘가 사라졌네?”…부산의 황당한 후손들

입력 2012-09-21 00:00
수정 2012-09-21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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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벌초하려다 발견…기장군 야산 주인이 3개월 공고후 유골 화장

추석을 앞두고 부산 기장군 일광면에 있는 한 마을에 사는 송모(68)씨는 지난 15일 오전 조상 묘 벌초를 하러 갔다가 깜짝 놀랐다.

마을에서 1㎞가량 떨어진 마을 뒷산에 위치한 집안의 큰 할아버지 묘가 감쪽같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함께 벌초에 나선 송씨 집안의 가족과 친지 30여명도 멀쩡한 묘가 없어진 것을 보고 황당해 했다. 올 설과 한식 때까지 있던 묘가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송씨는 후손으로서 너무 죄스럽고 미안한 마음이 들어 몸둘 바를 모르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송씨는 기장군 담당부서를 찾아서 자초지종을 들을 수 있었다.

땅주인이 무덤 연고자를 찾는 공고문을 서울에 있는 일간지에 2차례 게재하고 시군 인터넷 홈페이지에 3개월동안 게재했다는 것이다.

현행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는 중앙일간신문을 포함한 2개 이상의 일간신문 또는 관할 시·도 및 시·군·구 인터넷 홈페이지와 하나 이상의 일간(중앙)신문에 3개월동안 공고해서 연고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관할 자치단체가 개장(이장)허가를 해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땅주인은 이러한 법적인 절차를 거쳐 지난달 30일 유골을 화장했다는 것이다.

마을 이장을 지낸 송씨는 “(땅주인이) 마을에 들러 묘 소유자를 알아보면 쉽게 알수 있는데 왜 지역에서 잘 모르는 무명의 일간신문에 광고를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1년에 군청 홈페이지를 열어보는 경우도 없다”며 “묘 앞에 푯말을 세우고 추석만 지나면 연고자를 찾을 수 있다. 서둘러 화장을 한 것은 땅주인이 연고자를 찾을 생각이 없는 행위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장군 노인복지 관계자는 “땅주인이 공고문을 낸 S일보는 서울에 있는 지역언론이기 때문에 기장 주민이 사실상 이를 볼 수 없었지만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었다”며 “공고기간을 명절이 2차례 지나는 1년으로 늘리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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