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칼부림’ 피의자 현장검증

’여의도 칼부림’ 피의자 현장검증

입력 2012-08-26 00:00
수정 2012-08-26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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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부축받고 재연…어깨 들썩거리며 흐느껴

전 직장동료 2명을 흉기로 찌르고 달아나다 행인 2명에게도 흉기를 휘두른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26일 오전 영등포구 여의도동 사건 현장에서 피의자 김모(30)씨가 범행을 저지른 과정을 검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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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길가에서 흉기난동을 벌인 피의자 김모씨가 26일 오전 현장검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길가에서 흉기난동을 벌인 피의자 김모씨가 26일 오전 현장검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색 모자를 푹 눌러쓰고 하얀 마스크를 써 눈을 제외한 얼굴을 가린 김씨는 오전 10시10분께 모습을 드러냈다.

회색 티셔츠에 짙은 회색 바지를 입고 슬리퍼를 신은 김씨는 고개를 푹 숙이고 어깨를 한껏 움츠린 모습이었다. 제대로 걷기도 힘든 듯 좌우로 팔짱을 낀 형사들의 부축에 거의 기댄 채로 발을 바닥에 끌며 천천히 걸었다.

현장검증은 김씨가 범행을 저지르기 전 담배를 피우며 대기하던 한 빌딩 옆 흡연장소에서부터 시작됐다.

검증이 시작되자 근처에 있던 시민이 하나둘 모여들어 검증 장면을 지켜보면서 휴대전화 등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김씨는 흡연장소에서부터 1차 범행 장소인 P제과점 앞까지 피해자들을 100여미터 따라가 뒤에서 찌르는 장면을 재연했다. 종이로 만든 흉기를 휘두르기는 했지만 손이 많이 떨려 종이칼을 제대로 잡고 있기도 벅차 보였다.

피해자 김모(32)씨가 흉기에 찔리고서 의자를 들고 저항한 지점까지 10여미터를 더 가서는 멈춰 서서 어깨를 들썩거리며 흐느끼는 모습을 보였다.

김씨는 ‘왜 우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지만 흐느낌은 쉽게 그치지 않아 곁에서 김씨를 잡고 있던 경찰이 등을 두드려주기도 했다.

현장검증은 김씨가 행인들까지 찌르고 나서 처음의 흡연장소로 다시 돌아오는 장면까지 재연한 후 오전 10시24분께 끝났다.

애초 검증은 김씨가 흡연장소에서 경찰과 대치하다 검거되는 경위까지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이날 이 부분은 재연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김씨가 정신적ㆍ육체적으로 많이 지친 것으로 보인다. 외견상 울음소리가 나고 호흡도 격해지는 등 정상적이지 않아 검증은 이쯤에서 중단하지만 사건의 실체는 충분히 입증됐다”며 “CC(폐쇄회로)TV와 목격자 증언 등 증거를 이미 확보한 만큼 추가 검증은 없다”고 말했다.

영등포경찰서는 이날 현장검증에 경찰 100여명을 동원,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검증을 지켜본 시민 오준엽(50)씨는 “무섭고 섬뜩한 느낌이 든다. 범인을 실제로 보니 순하게 생겼는데 참…”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P제과점에 우연히 들렀다가 검증 장면을 보게 된 이모(31ㆍ여)씨는 “범인이 평범하게 생겨서 지하철에서 옆 자리에 앉아도 별다른 위험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며 “앞으로는 함부로 돌아다니기 어려워질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김씨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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