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무용지물론’… 개선책 없나] ‘전자발찌 착용자’ 관리 왜 제대로 안됐나 했더니…

[전자발찌 ‘무용지물론’… 개선책 없나] ‘전자발찌 착용자’ 관리 왜 제대로 안됐나 했더니…

입력 2012-08-24 00:00
수정 2012-08-24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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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다툼에 신상정보 공유 ‘발목’

전자발찌(위치추적 전자장치)를 착용한 채 성폭행을 저지르는 사건으로 ‘전자발찌 무용론’이 떠오르는 가운데 비난의 화살이 법무부와 경찰에 쏟아지고 있다. 두 기관이 ‘전자발찌 착용자 명단’을 공유하는 문제를 두고 볼썽사나운 신경전을 벌이는 바람에 치안 공백이 생겼다는 지적이다. 양측은 뒤늦게 발찌 착용자 신상 정보 공유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이미 가정주부 등 평범한 이웃이 희생당한 터라 국민적 불신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23일 법무부와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과 검찰은 앞서 2차례 명단을 나눠 볼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부처 이기주의의 덫에 발목이 잡혀 무산됐다.

먼저 명단 공유를 요청한 쪽은 경찰이었다. 경찰청 여성청소년계가 2010년 3월 법무부에 공문을 보내 “전자발찌 부착자 성명과 거주지 등 신상 정보를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강력사건 수사 때 참고할 목적이었다. 경찰은 당시 성범죄 우범자 2만여명을 자체 관리했으나 이 가운데 누가 전자발찌 착용자인지 가려낼 길이 없었다. 하지만 경찰청에 돌아온 답은 “불가하다.”였다. 정보를 공유할 법적 근거가 없고 정보를 열람하려면 영장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2년 뒤인 지난 5월 8일에는 법무부가 먼저 공유 제안을 했다. ‘특정 범죄자 전자발찌 업무 관련 협조 요청’이라는 공문을 경찰청에 보냈다.

이번에는 경찰이 거절했다. “전자발찌 착용자 정보를 받으면 이들의 동향을 파악해 관리, 감독을 해야 하는데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를 댔다. 한 경찰 고위 관계자는 “명단을 넘겨받은 뒤 전자발찌 착용자가 재범을 저지르면 우리가 책임을 떠안을 수 있다. 경찰이 우범자 심층 접촉 등 뾰족한 관리 수단을 보장받지 못한 상황에서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우리가 달라고 할 때는 안 주더니 오원춘 사건 등으로 성범죄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니 혹을 떼어 내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법무부 측은 “경찰이 명단 공유를 요청했을 때는 착용자 수가 지금은 3분의1도 되지 않았다.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 거절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2012-08-2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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