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주변 노숙인들 “강압적 퇴거 모멸감”

서울역 주변 노숙인들 “강압적 퇴거 모멸감”

입력 2012-08-21 00:00
수정 2012-08-2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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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행동, 노숙인 설문조사…심리위축ㆍ부정적 감정 확대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이후 노숙인들은 강압적인 조치에 모멸감과 억울함을 느끼고 있으며 사회적인 시선에 힘들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숙인 인권단체 홈리스행동은 서울역 노숙인 강제 퇴거 1년을 맞아 지난 16일부터 3일간 30~70대 노숙인 5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에서 물리적인 공간의 박탈 외에도 강압적인 단속으로 노숙인들의 심리적인 위축과 부정적인 감정이 확대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21일 밝혔다.

이 단체에 따르면 강제퇴거 조치로 인한 피해를 묻는 말에 조사대상의 23.8%가 ‘비나 더위, 추위 등을 피할 곳이 없어졌다’고 답했다.

‘억울함ㆍ모멸감ㆍ심리적 위축이 심해졌다’(19.9%), ‘단속이 더 강압적이 됐다’(15.2%), ‘사람들의 시선이 더 나빠졌다’(14.5%)는 답변도 많아 노숙인들이 느끼는 심리적 압박감을 보여줬다.

한 노숙인은 “대합실 의자에 앉아서 졸고 있는데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와서 나가라고 해 거부했더니 네다섯 명이 팔과 다리를 잡고 서울역 출입문 밖 계단 앞에 내려놨다”고 말했다.

다른 노숙인은 “사람들 많은 데서 강제로 내보내는 게 너무 치욕스럽다”는 심정을 밝혔다.

홈리스행동은 이에 대해 “강제퇴거조치는 야간에 노숙을 금지하는 조치임에도 ‘주간’에 노숙인처럼 보이는 사람을 공공의 공간에서 쫓아내고 있다”며 “이는 방법면에서도 노숙인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안내하거나 연계해주는 것이 아니라 다분히 강압적이고 폭력적”이라고 지적했다.

조사대상 중 상당수가 퇴거 조치와 함께 발표된 응급구호방, 임시구호방, 쉼터입소 등 서울시의 지원대책에 대해 알고 있었으나 이용비율은 낮았다.

조사대상자 중 90.2%가 아는 우체국 지하도 응급구호방이 42.9%의 이용률로 가장 높은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고, 알콜및정신보건상담(ACT팀)의 경우 응답자 중 39.6%가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 지원책을 이용해본 사람은 전체의 4.8%에 불과했다.

홈리스행동은 “월세지원을 통한 거처확보와 일자리지원에 대한 필요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며 “주관식 답변을 통해 보더라도 짧은 기간의 특별자활 근로보다는 긴 기간을 보장하는 일자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 조사의 주관식 답변에서는 시의 실제적인 지원을 요구하는 의견도 많았다.

한 노숙인은 “노숙하는 사람을 무조건 내쫓지 말고 왜 노숙하게 됐는가를 먼저 듣고 거기에 맞는 대책을 세워달라”고 했다. 다른 노숙인은 “갈 곳 없는 사람에게 갈 곳도 마련해주지 않고 쫓아내면 갈 데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서울역 강제퇴거 조치는 처음에 내세운 노숙인 수 감소라는 효과를 가져오지 못한 채 노숙인의 자존감이 크게 하락하고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혐오가 깊어지는 부작용만 낳았다”며 “노숙인 시설 입주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 실행에도 제동이 걸리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노숙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는 것이 우선돼야 하는데 준비 없이 이들을 강제로 내쫓았다는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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