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수갑사용’ 경찰수사 한달…답답한 행보

‘미군 수갑사용’ 경찰수사 한달…답답한 행보

입력 2012-08-10 00:00
수정 2012-08-10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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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미군 헌병의 ‘대 민간인 수갑사용’ 사건 수사에 착수한 지 지난 5일로 한달을 맞았다.

그러나 사건 경위와 수사대상자의 범죄 혐의 등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찰이 불법 체포 혐의를 받고 있는 평택 미군기지(K-55) 헌병 7명을 사건발생 직후 한차례 조사하고 불구속 입건했으나 이후 수사진행사항에 대해 함구해 변죽만 올리다 수사를 종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풀리지않는 사건 경위

경찰은 이 사건의 사실 관계를 이렇게 파악하고 있다.

R(28) 상병 등 미 헌병 7명은 영외순찰 중이던 지난달 5일 오후 8시께 평택시 신장동 K-55 부대 주변 로데오거리에서 주차 문제로 한국인과 시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미군들은 시민 양모(35)씨와 행인 등 민간인 3명에게 수갑을 채워 부대 정문까지 끌고 가 수갑을 풀어줬다.

그러나 사건 경위와 관련해서는 명확히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양씨 등 3명은 ‘미군의 이동주차 요구에 따랐는데도 수갑을 채웠고 이를 항의하자 체포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미군 7명은 ‘위협을 느껴 공무집행을 했다’고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사건 인지보고서 기록 등을 검토해 미 헌병 7명을 불법체포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미군이 수갑을 채울 정도의 상황이었는지에 대한 판단은 주저하고 있다.

미군 측은 현장에 있는 헌병의 주관적 판단을 존중하는 문화인데 반해 우리 사법 정서는 중대 범죄를 저지른 현행범이 아닌데다 미군이 한국 민간인을 수갑 채워 부대 정문까지 끌고 갔다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경찰은 이런 점을 의식해서인지 한국과 미국의 ‘문화적 차이’도 사건 발생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며 한발짝 물러서는 모양새다.

또 부대 주변 로데오거리에서 미군의 영외순찰이 정당한지, 주ㆍ정차 단속권한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명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

미군 측은 평택시가 주ㆍ정차를 막기위해 로데오거리에 설치한 ‘볼라드’(자동차 진입 억제용 말뚝)의 자물쇠 열쇠를 건네준 만큼 단속권도 준 것이라고 주장하나 평택시는 단속권마저 준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모두 사건 발생 경위와 직ㆍ간접적으로 맥을 같이하고 있어 경찰이 수사의 첫 단추도 제대로 끼우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불법체포 혐의 수사 ‘흐지부지’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지난달 5일부터 한달 동안 수사대상자인 한미 양측 관계자 조사와 목격자 등 참고인 조사를 벌였다.

또 지난 8일까지 한달 간 실시한 미군 측 자체 조사결과도 최근 미측 관계자들과 가진 실무회의를 통해 확인했다.

경찰은 최근 미 헌병 7명을 불러 2차 조사를 마쳤지만 언제 어떤 식으로 조사를 했는지 등 수사 진척사항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게다가 불법체포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힌 미 헌병 7명의 2차 조사때 신분에 대해서도 피의자인지 참고인지 명확한 답을 못해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미군 ‘공무증명서’ 발행..수사 변수

미군 측이 미 헌병이 민간인에게 수갑을 채운 행위가 ‘공무수행’이었다는 점을 분명히하기 위해 한국 검찰로 ‘공무증명서’를 보내면 우리 측 수사는 어렵게 풀릴 수 있다.

다만 검찰과 법무부가 한달 동안의 이의신청기간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지만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사건 담당 검사가 공무증명서를 접수한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하고 평택 미군기지(K-55) 법무관실 관계자와 협의한다.

양측의 협의가 안 되면 이번에는 법무부와 주한미군 법무관실이 참여하는 형사재판권 분과위원회를 열어 20일 이내에 형사재판권을 어느쪽에서 맡을 지 협의를 진행한다.

미군 측의 ‘공무수행’이 인정되면 미 헌병 7명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는 미국이 담당하게 된다.

경찰은 “경찰과 미군 양측의 수사 결과 등을 면밀히 검토해 검찰이 사건 처분을 하게 될 것”이라며 “미군 측이 우리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 더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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