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푹찌는’ 대한민국은 ‘더위와 전쟁 중’

’푹푹찌는’ 대한민국은 ‘더위와 전쟁 중’

입력 2012-08-01 00:00
수정 2012-08-01 17:34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해수욕장ㆍ계곡 북새통..도심 속 피서지 인기

연일 35도가 넘는 가마솥더위가 이어지면서 대한민국은 더위와 전쟁을 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 예년보다 빨리 장마가 끝난 뒤 시작된 가마솥 더위로 도심은 눈에 띄게 한산하나, 전국 주요 해수욕장이나 계곡 등 유명 피서지는 더위를 피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또 피서를 떠나지 못한 시민들이 냉방장치가 ‘빵빵하게’ 가동되는 대형마트나 백화점, 상가, 은행 등을 찾자 해당 업계는 폭염에 따른 반짝 특수를 보고 있다.

◇”더위야 물러나라”..붐비는 해수욕장ㆍ계곡

불볕 더위에 휴가철이 맞물리면서 전국의 유명 피서지는 인산인해다.

전국 최대인 해운대해수욕장에는 지난 주말 100만명의 피서객이 찾은 것을 비롯해 부산지역 7곳 해수욕장에는 매일 수십만명의 피서객이 줄을 잇고 있다.

또 개장초기 20여일간 궂은 날씨로 피서객이 거의 없었던 강원도 해수욕장에는 최근 10여일 동안 폭염이 계속되면서 피서객들이 물밀듯 몰려오고 있다.

강원도가 집계한 최근 1달간 동해안 90여개 해수욕장 피서객은 594만5천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만여명(13%)이 증가했다.

그러나 너무 더워 피서객들이 야외활동을 꺼려서인지 충남 태안과 보령 등 서해안권 해수욕장을 찾는 피서객은 예년보다 20-30% 줄어들었다.

◇’첨단 IT로 무장’..바뀐 해변 풍속도

올 여름 해운대 해수욕장에는 옛날처럼 방수 지갑을 가지고 다니는 장면은 찾아볼 수 없다. 스마트 팔찌 하나면 모든 것이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 결제 시스템인 ‘스마트 비치’ 부스에서 팔찌모양의 띠에 돈을 충전하면 파라솔이나 튜브 대여, 탈의실 사용 등 모든 결제가 가능하다.

충전을 해놓고 사용하지 않은 돈은 며칠 뒤 자동 정산돼 처음 결제를 한 통장으로 전액 환급되기 때문에 시계 모양의 ‘전자 팔찌’를 차고 다니는 아이들의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전자 팔찌는 GPS 기술을 이용해 미아가 발생하면 바로 위치추적을 해 신고지점에서 5~10분이면 아이들을 찾을 수 있다.

◇도심 속 피서지 인기..’일석이조’ 효과

가마솥 더위로 냉방장치가 잘 가동돼 더위를 피할 수 있는 도심 속 피서지가 인기를 끌고 있다.

1일 경기도 전역에 폭염경보가 내려지자 도내 대형마트 등은 오전부터 더위를 피하려고 들어온 고객들로 북적거렸다.

이마트 동수원점의 경우 평소 평일 오전시간에는 손님이 뜸했지만 이날 오전 주차장은 거의 만차수준이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시간대별로 고객이 몰리는 때가 있기 마련인데 요즘처럼 온종일 더운 날씨가 계속되면 오전부터 밤늦게까지 마트를 찾는 고객으로 붐빈다”고 말했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달 17일부터 일주일 동안 이마트가 대구지역 영업점의 방문고객 추이를 분석한 결과 그 이전과 비교했을 때 오후 8시 이후 고객이 22%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쇼핑시설뿐 아니라 더위를 식히고 독서와 인터넷을 할 수 있는 도심 도서관이나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은행 등도 피서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1일 오전 아들과 함께 대구 수성구의 한 도서관을 찾은 주부 박모(39)씨는 “하루종일 집에서 에어컨을 켜고 있기도 어렵고 해서 두 아들과 도서관을 찾았다”며 “불볕더위가 지나갈 때까지 당분간은 매일 도서관에 오겠다”고 말했다.

◇폭염 피해 속출

열사ㆍ일사병으로 인한 인명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7월 24일 폭염경보가 내린 경북 칠곡군 석적읍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일하던 박모(80)씨 부부가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같은 달 27일에는 전남 화순군에서 밭일을 하던 79살 여성이, 29일에는 전남 해남군에서 가로수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으나 각각 숨졌다.

지난 달 30일 부산역 앞에서 숨진 채 발견된 60대 노숙자는 열사병이 원인으로 추정됐고, 31일 안동에서 밭일을 하던 조모(83)씨도 열사병으로 쓰러져 사망했다.

또 1일 정오께는 충북 청주시의 한 공사현장에서 열사병으로 쓰러진 근로자가 숨졌다.

이 밖에도 1일 오전 경기도의 한 골프장에서 근무하던 캐디(39)가 열사병 증세로 병원을 찾는 등 전국에서 매일 수십명의 일사병이나 열사병, 열탈진, 열경련 환자가 병원을 찾고 있다.

◇”폭염 피해 막아라”

불볕 더위로 인명 피해가 잇따르자 노인인구가 많은 전국의 농촌지역 자치단체들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경북 안동시는 읍ㆍ면ㆍ동 사무소 직원들이 지역 모든 마을을 돌며 노인들이 낮 시간대에 바깥 활동을 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무더위 쉼터의 냉방상태를 24시간 점검하고 있다.

노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경북 의성군과 군위군도 농사를 짓는 노인들을 일일이 찾아 대낮에 휴식을 취할 것을 당부하고 있고, 비닐하우스나 축사에 차광막을 설치하고 선풍기를 가동하도록 하고 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