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 사기왕’ 조희팔(55)씨의 사망<서울신문 5월 22일자 9면>을 둘러싼 의혹이 수그러들기는커녕 증폭되고 있다. 경찰은 최근 조씨가 중국의 호텔에서 쓰러졌을 당시 함께 있었던 지인 A씨와 B씨 등 2명을 불러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실시, 진실반응을 받았다. 그러나 정작 호텔에서부터 병원까지 같이 갔던 조씨의 애인 C씨는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거부, 진실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 때문에 거짓말 탐지기 조사 결과를 조씨의 사망과 연결짓기에는 적잖은 문제가 있다는 게 경찰 안팎의 판단이다.

또 조씨의 뼛조각을 확보, 유전자(DNA) 검사를 의뢰했지만 화장 과정에서 감식에 필요한 DNA와 RNA가 파괴돼 확인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12일 경찰청에 따르면 목격자이자 지인 A씨와 B씨가 중국에서 귀국하자 대구경찰청은 지난달 24~26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그러나 조씨가 복통을 호소하던 당시 객실에 같이 있었던 애인 C씨는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거부, 대상에서 뺐다. 또 국내에서 조씨의 자녀들을 기르고 있는 내연녀 D씨 역시 ‘우울증 약물 복용’ 등의 이유로 조사에서 배제했다. 조씨의 생사와 관련해 결정적 정보를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두 사람 모두 공교롭게도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받지 않은 것이다. 조사를 받은 A씨는 사업가로 조씨에게 돈을 빌렸던 인물이고, B씨는 사업 때문에 조씨와 친분을 맺은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경찰청은 A씨와 B씨를 상대로 한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 ‘조희팔의 사망이 사실인가.’, ‘사망을 목격했는가.’, ‘응급실까지 실려간 것이 맞는가.’ 등을 물어 진실 반응을 얻어냈다.

객관적인 사망 증거 확보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지난달 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뼛조각 유전자 검사의 경우, 고온에 장시간 노출된 상태인 탓에 신빙성 있는 정보를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경찰은 계좌추적 등을 통해 조씨가 은닉한 범죄수익금 가운데 10억원 가량을 환수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