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물 치아미백제 ‘사람 잡을 뻔’

유독물 치아미백제 ‘사람 잡을 뻔’

입력 2012-05-25 00:00
수정 2012-05-25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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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최대 네트워크 치과그룹 적발…섭취땐 목·입·식도 화상 입을수도

공업용 과산화수소수가 들어간 불법 치아미백제를 제조, 환자들에게 시술한 유명 치과그룹이 경찰에 적발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해당 미백제를 섭취하면 입과 목, 식도에 심한 자극을 줘 화상까지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 최대 네트워크형 치과그룹으로, 전국 100여개 의원 지점을 둔 이곳은 무료 미백이벤트를 ‘미끼상품’으로 내세워 추가 치과 진료를 유도하기도 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4일 불법 치아미백제를 제조해 사용한 A치과그룹 소속 치과의사 박모(35)씨와 상담실장 강모(35·여)씨 등 42명을 약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에게 불법 치아미백제 제조법을 알려준 납품업체 대표 정모(60)씨 등 4명도 같은 혐의로 입건했다. 또 미국으로 출국한 그룹 대표 김모(46)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하고, 수배 조치했다.

박씨 등은 2008년 6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공업용으로 분류되는 34.5% 농도(15% 초과는 공업용)의 과산화수소수 2~8방울에 치아연마제로 사용하는 브라이트 파우더를 섞은 치아미백제를 제조, 시술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환자 4000여명이 해당 치아미백제로 시술을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시술을 받은 환자들 중 일부는 이 시림이나 통증을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 등은 치과그룹 산하 병원에서 공업용 과산화수소가 치료용으로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 화공약품을 1병당 9000~1만원에 납품하고, 제조법을 병원 관계자들에게 알려주기도 했다.

미국으로 출국한 김 대표는 그룹 산하 치과병원에 공업용 과산화수소수 등을 제조, 공급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수사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해 10월 출국했다.

공업용 과산화수소수는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의해 유독물로 분류돼 종이펄프나 섬유 표백, 폐수처리 등에 사용된다. 환경부 고시에서도 과산화수소를 6% 이상 함유한 혼합물은 ‘유독물’로 분류돼 있다.

박관천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은 “관련 법령에 과산화수소수의 유해기준을 판단할 수 있는 통계 기준이 명시되지 않아 유독물을 사용한 치아미백제 제조 행위를 가중처벌할 수 없다.”면서 “법률 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다른 치과병원의 불법 의료행위를 적발한다며 도청한 이 치과그룹 직원 김모(45·여)씨 등 7명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2012-05-2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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