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피우는 초등생… 정부 대책은 ‘연기 속’

담배 피우는 초등생… 정부 대책은 ‘연기 속’

입력 2012-05-02 00:00
수정 2012-05-02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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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대 “흡연율 10% 웃돌아”

지난달 중순 저녁 서울 송파구의 한 초등학교 인근 어두운 골목길 한구석에서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남학생 4명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서로 욕설을 하며 떠들어댔다. 한 어른이 집에서 나와 “아니, 어린것들이 어디서 못된 것을 배워 가지고….”라며 혼을 냈다. 아이들은 툴툴거리며 자리를 떴다. 최근 서울 중구 명동성당 인근 골목에서도 여학생 2명과 남학생 2명이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웠다. 누가 봐도 초등학생이었다.

초등학생들의 흡연 상황이 심상치 않다. 서울 관악구 모 초등학교 교사는 “5~6학년이면 한 반에 담배 피우는 학생이 1~2명씩은 된다.”고 말했다. 한 반에 25명이면 흡연율이 6% 이상이다. 그런데도 보건 당국은 호기심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길 뿐이다. 자기 반에 담배 피우는 학생들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서울의 한 교사는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고 전체 학생을 훈계할 뿐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 “학교 밖 흡연까지 단속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초등학생의 흡연에 대해 각종 유해 매체의 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강창서 한국학교보건협회 서울지부장은 “초등학생기에 사춘기를 맞으면 TV와 인터넷 등에서 담배 피우는 모습에 막연한 호기심이 생기고, 더불어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심리가 작용해 담배를 피우게 된다.”고 분석했다.

어릴수록 흡연 피해는 더 심각하다. 극단적인 사례이지만 인천에서 생활하는 임모(26)씨는 10살이 되기 전부터 담배에 손을 댔다. 어려서 부모가 이혼, 누나와 함께 산 탓에 제재를 받지 않았다. 임씨의 키는 153㎝에 불과하다. 임씨는 조기 흡연으로 만성폐쇄성 폐질환 진단을 받았다.

카드뮴, 비소 등 50여종의 발암물질이 뒤섞인 담배 연기는 세포의 성장을 저해하고, 노화를 촉진하며, 인체 면역력을 떨어뜨려 조기 치매까지 부른다는 게 의료계의 연구 결과다. 심하면 만성폐쇄성 폐질환과 심근경색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관계자는 “곧바로 심폐기능 저하 등 건강상 해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게 조기 흡연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 국내에서는 초등학생의 흡연 실태조차 모르고 있다. 국민건강영양조사 등에서 실시하는 청소년 흡연율 조사 대상이 중학생 이상이기 때문이다. 금연 관련 단체에서도 초등생 흡연율 현황은 찾아보기 어렵다.

2009년 9월 학교보건협회와 정두언(새누리당) 의원이 수도권 8개 초등학교 6학년 학생 24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 반에 몇 명이 담배를 피우나.’라는 질문에 23.4%인 562명이 ‘1~2명’, 4.7%인 138명이 ‘3~4명’, 1.5%인 35명이 ‘5~6명’, 0.5%인 11명이 ‘7명 이상’이라고 답했다. 한국교원대 연구자들의 초등학생 흡연 관련 학위논문 등에도 초등학생 흡연율이 1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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