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원 살해女 비명소리 6분이나 듣고도…

경찰, 수원 살해女 비명소리 6분이나 듣고도…

입력 2012-04-07 00:00
수정 2012-04-07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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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경기 수원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토막살인사건과 관련, 경찰이 사건을 축소·은폐하고 부실하게 대응했던 정황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

당초 경찰은 피해여성이 112신고센터와 통화한 시간이 1분20초라고 밝혔으나 이후로도 6분 넘게 전화 연결이 계속됐던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또 신고를 받은 112신고센터는 피해여성의 자세한 현장설명을 듣고도 부실한 지령을 내렸으며 수사 지휘관은 사건 발생 1시간여 만에 보고를 받고도 다음날이 돼서야 현장에 나가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6분 넘게 비명소리 들었다

7일 경찰에 따르면 숨진 A(28·여)의 112신고전화는 당초 경찰이 밝힌 1분20초가 아닌 7분36초 동안 이어진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경찰은 당초 1일 오후 10시50분께 A씨에게서 걸려온 전화가 1분20초 정도 이어지다 억지로 문을 여는 소리와 함께 곧 끊어졌다고 밝혔으나 범인 우모(42)씨가 잠긴 문을 열고 들어온 뒤에도 전화는 6분 넘게 끊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진 통화에서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왜 이러세요”하는 소리와 “악, 악” 하는 A씨의 비명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그대로 전해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중간에는 테이프를 뜯거나 찢을 때 나는 파열음 소리도 함께 들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최초 이같은 사실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가 문제가 불거지자 “112센터와 A씨가 대화한 시간이 1분20초 정도였고 나머지 시간은 A씨가 전화를 떨어뜨려 경찰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다”며 “차마 이런 내용까지 공개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112신고센터 대응도 지령도 ‘부실투성이’

신고를 받은 경기경찰청 112신고센터의 지령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12센터는 A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 “지동초등학교 조금 지나서” “못골놀이터 방향” “집 안”이라는 구체적인 신고를 받고도 ‘성폭행, 못골놀이터 가기 전 지동초등학교쪽, 긴급출동’ 이라는 지령만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A씨가 ‘집 안에 있다’는 결정적 내용은 빠뜨린 것이다.

이와 함께 순찰차 네비게이션에 뜨는 수사지시 역시 ‘지동초등학교, 성폭행, 정확한 위치 모름’ 이라고 뜨면서 일선 경찰의 혼란을 가중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때문에 경찰은 A씨가 발견된 지동초등학교쪽 주택가가 아닌 못골놀이터부터 수색을 시작해 안타까운 시간을 허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A씨로부터 신고전화를 받은 112센터 근무자는 12차례에 걸쳐 이어진 문답에서 피해장소를 특정할 만한 질문은 던지지 않고 “누가, 누가 그러는 거예요?” “누가, 어떻게 알아요?” 등 이해할 수 없는 질문만 반복한 것으로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수사 지휘관 다음날에야 현장 찾고 경기청엔 보고도 안해

급박한 상황이 계속되는 동안 수사를 지휘한 수원중부경찰서 조남권 형사과장은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조 과장은 사건이 발생한 지 1시간여 만인 2일 자정 무렵 현장에 있던 강력팀장으로부터 ‘통신조회’를 위한 보고를 받고 사건 발생 사실을 알았지만 정작 현장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조 과장은 2일 오전 7시께 수원중부서에 출근했다가 오전 9시가 넘어 현장에 도착, 형사들과 함께 구역을 나눠 본격적인 탐문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수원중부서는 이 사건을 처음부터 강력사건으로 판단했으면서도 우씨를 검거할 때까지 지휘선상에 있는 경기경찰청에는 보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청 관계자는 “형사들이 ‘우리끼리 찾자’고 해서 자체적인 탐문을 벌인 것 같다”며 “우리도 범인이 검거될 때까지 사건 발생 사실을 몰랐다”고 밝혔다.

●신고접수·수사·지휘 ‘총체적 부실’

이 사건은 최초 사건을 접한 112센터와 일선 경찰, 수사 지휘라인 등에서 모두 치명적인 오류를 범한, 최악의 사건으로 기록되게 됐다.

이에 따라 경찰청은 이 사건 지휘책임을 물어 6일 수원중부서 김평재 서장과 조남권 형사과장을 경기청 경무과로 대기발령했다.

또 경기청은 경찰청의 문책성 인사와 별도로 수사라인에 대한 감찰조사에 돌입하는 한편 서천호 청장 명의의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했지만 여론의 공분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당일 초기대응과 수사상 문제점은 감찰 조사를 통해 모든 것이 밝혀질 것”이라며 “피해자와 유족, 국민들께 면목이 없다”고 밝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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