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 이어 경찰까지 동원해 ‘현정부 비판 연예인’ 뒷조사

총리실 이어 경찰까지 동원해 ‘현정부 비판 연예인’ 뒷조사

입력 2012-04-02 00:00
수정 2012-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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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특정 연예인도 사찰지시 파문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사건이 ‘특정 연예인’에게까지 번졌다. 청와대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뿐만 아니라 경찰까지 동원, 현 정부에 비판적인 연예인들의 비리를 뒷조사하려 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신문이 1일 단독 입수한 ‘정부 인사에 대한 정보 보고’ 문건에는 청와대가 이른바 ‘좌파 연예인’의 축출 가능성을 짐작하게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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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압수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 1팀의 컴퓨터에는 ‘연예가’라는 폴더가 있었다. 하지만, 관련자들이 컴퓨터의 내용을 모두 지우는 등 증거를 없애 내용은 확인할 수 없었다(위). 경찰이 만든 ‘정부 인사에 대한 정보보고’ 문건에는 2009년 10월 방송인 김제동씨가 방송 프로그램에서 잇따라 하차하면서 이에 대한 언론보도가 나오자 특정 연예인에 대한 비리수사가 계속되면 ‘좌파 연예인’ 표적수사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며 수사중단의 필요성을 청와대 민정수석실 비선에 보고했다고 적혀 있다(아래).
검찰이 압수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 1팀의 컴퓨터에는 ‘연예가’라는 폴더가 있었다. 하지만, 관련자들이 컴퓨터의 내용을 모두 지우는 등 증거를 없애 내용은 확인할 수 없었다(위). 경찰이 만든 ‘정부 인사에 대한 정보보고’ 문건에는 2009년 10월 방송인 김제동씨가 방송 프로그램에서 잇따라 하차하면서 이에 대한 언론보도가 나오자 특정 연예인에 대한 비리수사가 계속되면 ‘좌파 연예인’ 표적수사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며 수사중단의 필요성을 청와대 민정수석실 비선에 보고했다고 적혀 있다(아래).
문건에는 ‘2009년 10월 중순경 방송인 김제동의 방송프로그램 하차와 관련하여 매스컴과 인터넷 등 각종 언론을 통해 좌파 연예인 관련 기사가 집중 보도됨에 따라 더 이상 특정 연예인에 대한 비리 수사가 계속될 경우 자칫 좌파 연예인에 대한 표적 수사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 있다고 판단돼, 그 즉시 수사 중단의 필요성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민정수석실 비선 보고’라고 기록돼 있다.

‘좌파 연예인’의 실명은 거론되지 않았지만 현 정부를 겨냥, 날선 비판을 서슴지 않았던 방송인 김제동씨 등을 사찰 대상에 올려놓았던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정당국 고위 관계자도 이와 관련, “김미화, 김제동, 윤도현 등이 조사 대상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 경찰 수사 진행 전후나 조사 도중 방송에서 하차한 연예인은 가수 윤도현씨, 방송인 김제동씨다. 김씨는 2009년 10월 12일 KBS ‘스타 골든벨’에서, 윤씨는 같은 해 4월 KBS ‘윤도현의 러브레터’에서 물러났다. 당시 ‘정치권 외압설’이 거셌다. ‘정보 보고’ 문건은 이들의 방송 하차에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방송인 김미화씨가 주장한 ‘블랙리스트’가 실제 있었을 공산도 없지 않다. 김씨는 2010년 7월 트위터에 “김미화는 KBS 내부에 출연금지 문건이 돌고 있기 때문에 출연이 안 된답니다. 블랙리스트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고 돌아다니고 있는 것인지 밝혀 주십시오.”라는 글을 남겨 KBS와 4개월여 법적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2010년 검찰 수사팀이 작성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1팀원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분석 보고서’에도 ‘연예가’ 등의 문건 제목이 나온다. 연예인들을 사찰, 보고서를 작성했을 개연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장진수 전 지원관실 주무관도 “연예인들을 사찰한 정황”이라면서 “연예인들을 사찰하지 않고 이런 제목의 문건은 작성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 보고’ 문건은 비교적 구체적이다. 청와대가 지원관실뿐 아니라 경찰에도 별도 수사를 지시하고 그 내용도 보고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문건은 ‘보고서를 작성하여 민정수석실 비선보고(별첨 보고서)’라고도 적시하고 있다. 보고 라인의 특정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당시 문건에 담긴 ‘특정 연예인’ 사찰의 윗선에 대한 실체적 진실 규명은 또 검찰의 몫이 됐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2012-04-02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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