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 과목에 반영 안돼…”프로그램 개발 필요성 공감”
학교폭력이 교육 현장의 고질병이 됐지만 정작 예비교사를 양성하는 대학에서는 이런 문제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교직과목이나 교육 프로그램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대부분 사범대학이 학생지도 관련 교직과목을 두고 있지만 이론 위주의 교육에 그쳐 실제 학교 현장에서 당면하는 학교폭력 문제를 대처하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5일 대학가에 따르면 대부분 사범대학은 학생 지도와 관련한 교직과목으로 ‘생활지도’ ‘학교상담’ 등의 강좌를 전공필수 내지는 선택 과목으로 운영하고 있다.
강좌의 강의목표를 살펴보면 실제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이 직면하는 학업이나 진로, 인간관계, 일탈 등 여러 분야의 문제를 교사 입장에서 이해하고 상담·지도하는 법을 익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강의 세부내용을 보면 대부분 기초적인 상담 기술이나 생활지도 이론, 심리검사이론 등 이론적인 내용을 다루는데 그치고 있다.
이마저도 학생상담이나 지도에 관한 포괄적인 내용을 다룰 뿐 학교폭력이라는 민감한 상황에서 교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관한 내용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몇년 후 교육현장에 실제로 나가야 할 사범대생들이 학교폭력 문제에 관해 갖는 고민은 훨씬 절박하다.
성균관대 컴퓨터교육과 김모(27·여)씨는 “가끔 수업에서 현장에 있는 교사들을 모셔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학교폭력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이야기를 듣곤 했다”며 “인터넷 윤리교육이라는 과목에서 학교폭력에 관한 주제가 있지만 문제해결에 관한 내용이 중심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양대 영어교육과 양모(24·여)씨는 “지금 언론에 보도되는 학교폭력 사태를 지켜보면서 나름대로 고민하지 않는 사범대 학생은 없을 것”이라며 “남의 일이 아니라 가까운 미래에 바로 내가 당면하게 될 문제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초임 중등교사(26·여)도 “학교폭력 관련해서는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 그다지 도움되지 않는다. 그나마 신규교사 연수에서 한두 시간 배운 것이 전부다. 실제 상황이 닥칠 때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닥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예비교사와 현직교사의 고민과는 달리 학교폭력 문제와 관련해 별도 교육 프로그램이나 교과목 개설을 검토하는 대학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학교폭력이나 인터넷 중독 등을 심각한 청소년 문제로 인식하고 이에 대비한 교육과정을 검토하는 대학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홍훈기 서울대 사범대 교무부학장은 “학교폭력 문제와 관련해 사범대에서도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동료 교수 간에도 비슷한 얘기를 많이 한다. 하지만 어떤 사회이슈가 발생했을 때 이에 대응하는 과목을 개설하는 데는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예비교사들에게까지 학교폭력 문제 대처법을 익히도록 주문하는 것은 다소 무리라는 의견도 있다.
김신영 한국외대 사범대 교수는 “학교폭력 문제는 상황별로 다르기 때문에 예비교사 프로그램에서 전적으로 다루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사태 발생 시 어떻게 대처해야하느냐의 부분은 제도적인 매뉴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 개인도 학급 안의 사회적인 역동에 관심을 가지고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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