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대법원장 “SNS 판사들과 소통하겠다”

양 대법원장 “SNS 판사들과 소통하겠다”

입력 2012-01-03 00:00
수정 2012-01-03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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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에 소통 녹아야…법관 인식전환 필요””선재성 부장건 1심때 이전 신청하라 했다” 올해의 사자성어는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정해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난 연말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반대의견을 개진한 일부 판사를 비롯해 일선 법관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양 대법원장은 2일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가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SNS를 통해 의견을 낸 판사들과도 면담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기회 되면 누구라도 만나겠다. 그 사람들을 빼라고 할 이유가 없지 않나”라고 답했다.

그는 “의례적인 치사를 하러 간 자리에서 한 발언이 마치 (SNS 판사들에게) 대응하는 말처럼 비치기도 했다”면서 “법원 내부에서 분출되는 것들이 있으니까 어디 가서 얘기하는 게 와전된 분위기를 가져올까 봐 자제했는데 이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법관들을 만나고 싶다. 원장 되니까 구중궁궐에 앉은 것 같아 갑갑하다”고 말했다.

양 대법원장은 “법관들에게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재판 따로, 소통 따로라는 생각을 버리고 각자 업무에 소통이 녹아 들어가야 한다”며 “법관이 날 믿어준다고 인정하면 당사자들이 어떻게 법관들에게 그런 막말을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국민 속으로’를 취임사로 택한 양 원장은 하향식이 아니라 각급 법원이 실행하는 소통 방안이 내달 법원장 인사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양 대법원장은 시무식사에서 법관들에게 ‘시류에 휩쓸리지 말라’고 당부한 데 대해 “한때 흘러가는 유행병 같은 흐름에 휩쓸리지 말라는 원론적인 의미”라며 “(시류가 SNS인지는) 각자가 판단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김하늘 인천지법 부장판사 등 판사 166명이 사법부 내 FTA 연구를 건의한 데 대해서는 “반FTA, 반ISD(투자자국가소송제도)처럼 극렬하게 반대하는 시각은 아닌 것 같다. 잘 모르니까 연구해보자는 취지다. 그래도 판사 백수십 명이 연명으로 그러니까 일반인에게는 충격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걸 돌아볼 여지는 있다”고 답했다.

양 대법원장은 우리 소송절차의 우수성을 국민이 제대로 알아주는 것이 새해 바람 중 하나라며 일례를 들었다.

최근 월드뱅크에서 기업환경평가를 했는데 우리나라가 최초로 ‘톱 10’에 진입했고 평가항목 중에서도 상사분쟁 소송절차가 전세계 183개국 중 룩셈부르크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효율성, 투명성, 시간, 비용 등에서 우리 소송절차가 다른 나라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것인데 정작 우리만 잘 모르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양 대법원장은 검찰에도 뼈있는 한마디를 했다.

지난해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 사례로 문제가 된 선재성 부장판사 사건과 관련해 1심 재판을 맡은 광주지법 김태업 부장판사는 애초 ‘나중에 괜한 오해를 하지 말고 1심부터 관할 이전 신청을 검토하라’고 검찰에 권유했다는 것이다.

양 대법원장은 “대법원 내부적으로는 나중에 검찰이 고법에다 관할 이전 신청을 한 걸 보고는 2심에서 받아주면 1심이 잘못됐다는 걸 인정하는 꼴이니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개별 판사의 자존심보다는 대국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봐서 그렇게(인용)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법무부가 지난 연말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총선·대선을 앞두고 양형기준을 먼저 공개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서도 “법무부가 어찌 양형기준을 만드느냐”라고 반문했다.

양 대법원장은 “법원이 엄하게 처벌해 선거풍토가 잡혀가고 있다. 선거소송 전담반 같은 것을 할지 모르겠지만 선거법이 자주 바뀌는 탓에 선거전에 양형위까지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취임 100일을 맞은 양 대법원장은 원장직 수락 전 망설였던 느낌이 달라졌는지에 대해 “훨씬 더 문제가 많다는 걸 느낀다면서도 이제는 돌이킬 수 없고 원활하게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산악 마니아인 그는 새해 첫날 법원직원들과 함께 동해안 선자령에 올랐는데 해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보와 달리 해무 사이로 불끈 올라오는 일출을 봤다면서 새해에는 법원에 서광이 비치는 것 같다며 웃었다.

특히 그동안 처리가 미뤄졌던 김용덕, 박보영 대법관 임명동의안이 새해 벽두에 국회에서 통과돼 한시름 덜었다며 올해는 법원이 ‘국민의 믿을 곳, 안심할 곳’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양 대법원장은 올해의 사자성어를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정했다고 밝혔다. 법관이 재판을 받는 입장이라면 어떤 모습의 법관을 원할 것인지 생각하는 마음가짐으로 자신을 가다듬을 때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회복될 것이라는 주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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